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불똥이 글로벌 헤이즐넛 공급망으로 튀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헤이즐넛의 70%를 생산하는 터키 농가가 리라화 가치 폭락에 따른 비용 급등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작년에 t당 215달러였던 비료 가격이 현재 t당 650달러로 세 배가량 치솟았기 때문이다.

‘악마의 잼’이라고 불리는 누텔라(사진)도 공급 중단 위기에 처했다. 누텔라는 주로 터키산 헤이즐넛으로 만들어진다. 누텔라 제조사인 이탈리아 기업 페레로는 터키산 헤이즐넛의 3분의 1을 수입한다.

리라화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금리를 낮춰야 물가가 잡힌다”는 비상식적인 정책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물가가 오르는데도 기준금리를 연 14%까지 인하했다. 그 결과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약 47% 폭락했다.

리라화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이날 장 초반 리라화 환율은 전날보다 11% 폭등한 달러당 18.4리라까지 치솟으며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환율 급등에 따른 리라화 예금 가치 손실분을 보전하겠다고 밝히자 21일에는 한때 전날 최고점보다 65% 폭락한 달러당 11.09리라에 거래되기도 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