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김찬석, 이현희 청주대 인문사회대 교수와 손정희(한양대 대학원 박사과정)씨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MZ세대의 커뮤니케이션 고유 특성에 대한 각 세대별 반응 연구' 논문에서 또 다른 연구 결과도 내놨습니다. 이들은 "MZ세대를 타깃으로 할 때 뉴미디어 사용이나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들의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을 기준으로 타깃을 설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세대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분석하는 것 보다는, 이들이 접하는 기술의 특성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결론입니다. 한 HR업계 전문가는 "새로운 세대의 특성을 알기 위해선 객관화하고 머리로 분석하는 것보다는 이들이 활용하는 의사소통 기술을 직접 사용해 보고 즐기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Z세대 잡으려면 어떤 기술 필요할까
M세대는 상당수가 사회로 진출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금융권의 경우 80년대생을 희망퇴직 대상으로 삼는 등 M세대는 이제는 중견 세대로 올라서고 있는 상황입니다.하지만 이제 떠오르는 Z세대의 경제력은 10년 후 지금보다 5배 늘어난 33조 달러에 달할 것이고, 2031년엔 세계 개인소득의 25%를 차지해 M세대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견세대을 향해 가는 M세대와 엄연히 구분되는 Z세대가 의사소통 기술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보이는 특성은 뭘까요. 떠오르는 Z세대를 '영접'해야 하는 인사 및 채용 담당자나 기업 마케터 입장에서는 Z세대의 특성이 궁금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은이 동아방송예술대 방송보도제작과 조교수는 지난해 9월 발표한 'Z세대가 선호하는 방송콘텐츠에 관한 연구'에서 "Z세대는 모바일 개척자인 M세대와는 달리 소셜미디어나 온디맨드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접했다"며 Z세대의 특징으론 자유로움과 순간의 즐거움을 대표하는 '숏폼', 감성을 대표하는 '뉴트로'를 중요 키워드로 꼽았습니다.
숏폼이란 짧은 형태로 가볍게 즐기기는 동영상을 말합니다. 숏폼은 이동하면서 즐기기 편하고, 집중하지 않고 한 순간 가볍게 즐기기 좋은 콘텐츠이지요. 숏폼 안에서 Z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보고서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Z세대 인터뷰이는 "TV는 부모님의 전유물"이라며 "공간적, 행동적 제약이 없어서 숏폼을 선호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뉴트로란 이전 세대가 즐기던 과거 노래나 드라마에서 신선함을 느끼는 Z세대의 특성입니다. 다만 기존 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복고'로 즐기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처음 접한' 콘텐츠로서 신선함을 느낀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들은 예전 세대의 노래와 드라마가 훨씬 '감성'과 '진솔함'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Z세대를 두고 현세대와 구분되는 천둥벌거숭이로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 트렌드(시의성), 모바일 기반의 이동성, 공감이 있는 유머
김희현 중앙대 예술대 교수와 연구진(주저자 박사과정 한결)이 올해 3월 발표한 'Z세대 타깃 디지털 광고 전략 연구'를 보면 이들의 특성이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연구진은 "Z세대는 5초 뒤에 광고를 건너뛸 준비가 돼 있다"며 "그 안에 이목을 끌수 있도록 시의성 있는 주제, 유머코드를 이용한 공감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빠른 유행에 맞춘 유머 코드가 있어야 Z세대를 '무보수 마케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이연준 홍익대 미대 교수와 연구진(주저자 박사과정 박정례)도 올해 9월 내놓은 'Z세대를 위한 트랜스브랜딩 전략에 관한 연구'에서 비슷한 연구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연구진은 "Z세대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초연결'의 핵심 세대"라며 "빠른 트렌드, 영상 콘텐츠 중심의 커뮤티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연구진은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몇가지 전략도 제시했습니다. 먼저 빠른 트렌드입니다. 온라인 커머스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은 Z세대의 변덕에 맞춰줄 수 있는 차별성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 '모바일 중심'의 주문과 결제의 기술(스타벅스코리아의 원거리 주문 시스템인 사이렌오더)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최근 1년 내에 이뤄진 여러 연구에서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 갖춰야 할 기술적 특성으로 공통으로 지적하는 내용은 △공간 제약이 없이 자유로움과 이동 편의성을 추구할 수 있는 모바일 기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유머 코드 △빠른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를 들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Z세대 맞춤형 인사관리, 채용공고, 기업홍보, 마케팅을 준비하는 HR담당자들이라면 알아둬서 나쁠게 없겠지요.
정은이 교수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문화가 형성됐다"며 "밀레니얼 세대부터는 기성 세대와 다른 디지털 기술을 접하고 자라왔지만, Z세대는 조직과 일, 개인과 개인 생활 사이의 균형을 중요시 하는 밀레니얼 세대와는 또 다른 특징을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