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사업 뛰어든 일진그룹 "내년까지 7개 후보물질 발굴"
일진그룹이 유망 기업을 발굴해 지분 투자하는 대신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것으로 바이오 사업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바이오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본격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일진그룹은 바이오 신약 개발 계열사 일진에스앤티가 지난 20일 서울 양평동 이노팜연구센터에서 ‘항암 혁신 신약 개발’ 비전을 발표했다고 21일 밝혔다. 2022년까지 항암 파이프라인을 7개 구축하고 2025년까지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을 내재화하는 게 골자다. 이를 기반으로 항암 치료제를 개발해 신약 시장에 뛰어든다는 목표다. 박상훈 일진에스앤티 대표(사진)는 “바이오 기업에 지분 투자하던 간접 방식에서 회사가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앞서 2011년 캐나다 제약회사 오리니아에 지분 투자했다. 오리니아가 올해 1월 개발한 난치병 루푸스신염 치료제(루프키니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다. 또 다른 투자회사인 미국 바이오벤처 이텍스는 뼈 대체용 의약성 신물질로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신약 개발업체 오토텍바이오, 면역치료제 개발업체 노바셀테크놀로지, 유전자치료제 개발업체 인핸스드바이오 등에 투자했다. 오토텍바이오는 세포 내 불필요하거나 기능이 저하된 세포소기관을 분해하는 오토파지 표적 분해기술을 이용한 퇴행성 뇌질환 및 암질환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바이오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고 올해 상반기에는 신약 개발 전담 사업부와 연구센터를 갖추는 등 혁신 신약 개발 준비를 마쳤다”며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일진그룹이 신약 개발에 나선 것은 바이오사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앞서 일진그룹 창업자 허진규 회장은 2018년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바이오를 미래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