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21일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유예를 촉구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신구(新舊) 권력’이 정면충돌하면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는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부총리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정책에 전혀 동의하지 않던 분들이 지금 여유를 준다고 해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양도세 중과 유예 도입 시 이미 5월 말까지 유예기간을 줬는데 그때 정부를 믿고 주택을 처분한 분들은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김 총리의 이런 발언은 청와대와 정부가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 뜻을 밝혔는데도 이 후보와 민주당이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는 데 따른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양도세 중과가 매물 출현을 막는 장애요인”이라며 “(청와대가) 양보하면 좋겠다”고 압박했다. 이 후보는 “(청와대가 계속 반대하면) 당선돼서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정은 이날 예정된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당정협의도 전격 취소했다. 사실상 이 후보의 요구로 당정협의가 소집됐지만, 개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자 시장에 양도세·종부세 완화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로 취급한 임대사업자의 세(稅) 부담 완화 방안까지 선거대책위원회에 마련하라고 지시하는 등 ‘문재인표 부동산 정책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김 총리는 다만 당정이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에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을 두고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미현/전범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