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작한 뒤 병원 문턱도 밟지 못하고 숨진 코로나19 환자가 5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명은 집도 병원도 아닌, 길 위에서 사망했다. 사망자 수에는 병상 배정이 늦어져 응급실에서 사망한 사례가 포함되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받기도 전에 숨진 환자는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위드 코로나 48일 만에…입원 대기중 사망 52명
21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병상 부족으로 자택 등에서 사망한 코로나19 환자는 52명이다. 1~10월에는 병상 대기 중 사망한 사람이 12명에 불과했다. 사망자 중 47명은 집, 요양원 등에서 병상이 확보될 때까지 대기하다 사망했다. 나머지 5명은 구급차로 이송하는 도중 숨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응급실에서 사망하면 의료기관에 도착한 뒤 숨진 것으로 간주해 ‘입원 대기 중 사망자’ 통계에 넣지 않는다”며 “이를 포함하면 병상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코로나19 환자가 응급실에서 사흘간 대기하다 심정지로 사망하기도 했다.

병상 부족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일 기준 수도권의 코로나19 중환자 병실 가동률은 87.7%다. 입·퇴원 수속 등으로 병실을 100% 가동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만석’인 셈이다. 591명이 병원 또는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이유다. 이 중 147명은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하는 70세 이상 고령층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립대병원과 공공병원 병상을 코로나19 환자용으로 ‘징집’하기로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일반 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응급의료센터, 호스피스 병동, 일반 중환자실 등을 모두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으로 바꿔 172개 병상(128개→300개)을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병상 부족 현상이 이어지다 보니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말기 신부전 환자가 대표적이다. 이들 환자는 정기적으로 혈액 투석을 해야 하지만 마땅한 투석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투석을 받지 못하면 체내 독소가 쌓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신장병 환우 모임 커뮤니티에는 “투석을 받지 못해 폐에 물이 찼는데도 ‘여유 병상이 없다’ ‘코로나19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투석을 거절당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투석이 가능한 음압 병상을 보유한 병원은 전국에 11곳, 병상은 64개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도 마찬가지다. 18일 경기 양주시에선 임신부 확진자가 새벽 1시께 진통이 시작돼 119를 불렀지만 병상이 없어 병원 16곳을 전전하다가 구급차 안에서 출산했다. 이런 사례가 이어지자 정부는 투석 환자, 임신부, 고령의 와상(누워서 치료받는) 환자, 정신질환자 등 특수 코로나19 병상 추가 확보에 나서기로 했다.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은 전북·광주로도 퍼졌다. 전북 익산에선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20명이 무더기로 확진됐다. 광주 동구의 공공기관에선 직원 3명이 오미크론에 걸린 뒤 이들이 이용한 식당에서 6명이 추가 감염됐다. 20일 기준 국내 누적 오미크론 감염자는 전날보다 49명 늘어난 227명이다.

정부는 22일 추가 병상 확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는 병상 확충 계획에 더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선아/송영찬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