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핏불' 공격에 4살 아들 구하려던 엄마…양팔 절단돼 사망

미국서 35세 엄마 4살 아들 구하고 8일 만에 숨져

키우던 핏불테리어의 공격을 받은 4살 아들을 구하려다 양팔을 잃고 사망한 헤더 핑겔. /사진=섀널 핑겔 페이스북

미국에서 30대 여성이 반려견의 갑작스런 공격에 4살 아들을 구하려다 양팔이 절단된 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일(현지시간) 피플지는 두 아이의 엄마 헤더 핑겔(35) 키우던 핏불의 공격을 받은 아들을 구하려다 두 팔을 잃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8일 만에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남자친구와 두 아들과 함께 살던 핑겔은 자신이 키우던 핏불테리어가 4살 아들을 공격하자 이를 막으려다 변을 당했다.

핑겔의 남자친구 셰인 베르나르데는 '아들이 계단에서 떨어졌다'는 핑겔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와 사고를 목격했다. 그는 "반려견이 먼저 아이를 공격했고, 핑겔이 반려견으로부터 아이를 떼어놓자 반려견이 다시 핑겔을 물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베르나르데가 집에 있는 총으로 핏불을 쏴 죽이고 나서야 상황은 일단락됐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핑겔를 공격한 핏불은 이전 주인으로부터 학대를 받아왔다.

핑겔의 여동생 섀넌은 "핑겔이 키우는 동안에도 종종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면서 "핑겔을 누구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공격성을 제어해 잘 훈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입마개를 착용한 핏불테리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핑겔의 아들은 다리에 70바늘을 꿰매는 상처를 입었지만 입원 치료를 받고 최근 건강을 회복해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섀넌은 "언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영웅이다. 우리는 그녀가 어머니로서 얼마나 훌륭했는지 기리게 될 것"이라면서 "언니의 모든 것이 그립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맹견으로 꼽히는 핏불이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미국에서 비교적 흔히 발생하고 있다. 국제핏불희생자단체는 지난해 1~9월까지 핏불에 물려 사망한 사람이 미국에서만 31명이라고 보고했다.

지난 8월에는 텍사스주 해리스카운티에서 한 60대 노인이 산책 중 핏불테이러 두 마리에게 공격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노인은 전신에 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한쪽 귀를 잃는 대신 목숨은 건졌다.

한편, 섀넌은 핑겔 사고 이후 기금 마련 사이트 'gofundme'를 통해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기금마련 페이지에 "개 한마리가 핑겔의 아들을 공격했고, 그녀는 엄마로서 할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면서 "우리는 의료비, 장례비, 그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아기 두 명을 키우는 데 도움이 필요하다. 어떤 도움이라도 감사히 받겠다"고 적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