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토지 세부담 커져…1주택만 완화시 다주택자는 부담 급증
올해 세부담 상한 걸린 곳, 공시가 떨어져도 세금은 증가

내년도 표준주택 공시가격과 표준지 공시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이에 따라 당정은 지난 20일부터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동결 또는 인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감세 대상과 범위 등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여서 결과에 따라 내년도 보유세가 급등하는 대상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공시가격 상승에 보유세 폭탄 재현되나…내년 3월 인하 여부에 달려
◇ 공시가격 급등지역 세부담 확대…땅값 떨어진 곳도 세금은 증가
국토교통부의 22일 발표를 보면 내년도 전국 표준지(토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10.16%,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7.36%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지역별로 서울이 10.56%로 가장 많이 오르고 이어 부산 8.96%, 제주 8.15%, 대구 7.53%, 광주 7.24%, 경기 6.72%, 세종 6.69% 등의 순이다.

신한은행 우병탁 부동산팀장에 따르면 내년 단독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크게 오른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지에서 세부담이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일단 '역대급' 상승에 버금가는 작년 수준으로 오른데다 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95%에서 내년에는 100%로 상향되기 때문이다.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 가운데 가장 비싼 신세계 이명희 회장 명의의 서울 한남동 자택(주택 연면적 2천861.8㎡)은 공시가격이 올해 295억3천만원에서 내년에는 5.32% 올라 311억원이 된다.

만약 이 회장이 1주택자라고 가정하면 연령 등을 고려해 80%의 세액 공제를 받아 올해 보유세가 2억6천88만원에서 내년에는 2억8천654만원으로 9.83% 오른다.

그러나 이 회장이 다주택자여서 세액공제를 못 받는다면 보유세가 올해 8억6천800만원에서 내년에는 9억7천294만원으로 12.09% 상승하게 된다.

세액공제 여부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6억원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2위인 강남구 삼성동의 단독주택(연면적 2천617.4㎡)은 세액공제가 없을 경우 내년에 보유세가 5억8천575만원으로 올해(4억9천823만원)보다 17.56% 상승한다.

표준지도 보유세 인상이 불가피하다.

특히 표준지 상위 10위 초고가 땅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공시가격이 일제히 하락했음에도 보유세는 늘어난다.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내년 공시지가가 319억9천700만원으로 올해(349억6천만원)보다 하락했지만 보유세는 올해 2억2천517만원에서 내년 2억3천668만원으로 5.11% 상승한다.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95%에서 내년에 100%로 상향되는 데다 올해 재산세 도시지역분 상한에 걸려 미납됐던 것들이 내년으로 이월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명동2가 우리은행 부지도 올해 공시가격이 780억8천760만원에서 내년 735억7천500만원으로 5.78% 하락했지만, 보유세는 올해 6억2천276만원에서 내년에 6억6천138만원으로 6.20% 오르게 된다.

공시가격 상승에 보유세 폭탄 재현되나…내년 3월 인하 여부에 달려
◇ 세금 깎아준다는데 대상·범위는 내년에 윤곽…다주택자 '세금폭탄' 가능성
당정은 내년에 급등하는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 세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다만 보유세 완화 대상과 범위 등이 확정되지 않아 누가 얼마나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을지는 미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현재 내년 보유세를 계산할 때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과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증가율 상한을 낮추는 방안,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 등을 감세 방안으로 논의하고 있다.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납부 유예 방안도 검토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일단 이날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완화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완화 대상이 1주택자에 한정된다면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은 올해 증가한 공시가격만큼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보유세 부담이 급증하면서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