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도 괜찮을까"…서울 아파트 거래절벽에 빌라도 '주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규제 풍선효과·재개발 기대감에 가격↑
부동산 시장 매수심리 꺾이자 수요 줄어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장기적으론 매력"
부동산 시장 매수심리 꺾이자 수요 줄어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장기적으론 매력"
지난해 크게 늘었던 서울 빌라 거래량이 최근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아파트 매매시장의 관망세가 빌라 매매시장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서울 빌라는 3293건으로 전월 4138건 대비 20.4%, 전년 4377건 대비 25.7% 감소했다. 아직 집계기간이 남았지만 3000건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빌라 매매시장은 지난해부터 활황이었다. 2019년 3555건이던 월 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월 4913건으로 치솟았고 올 상반기에는 월 5460건까지 갔다. 특히 올해는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넘어섰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올 1월 5883건으로 아파트(5771건)를 앞지른 후 계속 웃도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중순부터 거래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 6000건대 기록 후 4000~5000건대로 줄었고 지난달 3000건대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업계는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뛰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일종의 ‘풍선 효과’로 부담이 적은 빌라 시장에 유입됐던 것으로 봤다. 하지만 빌라 가격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아파트 거래절벽, 내년 대선 등의 여파로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빌라 가격도 제법 높아졌다"며 "지금 가격이 고점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은 값이 억 단위로 뛰기도 했다. 올해 초 1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강북구 번동의 한 연립주택은 최근 2억6000만원에 팔렸다. 인근의 다른 빌라는 올 초 1억2700만원에서 10월 2억4500만원까지 올랐다.
번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던 지역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 수요가 늘었다"면서 "올해 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 가격이 두 배가량 오른 상황"이라고 했다.
도시재생사업에 치중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뒤 노후 빌라 밀집지에 대한 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졌고,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는 외지인 투자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7557건까지 치솟았다. 전년도 같은 기간(2019년 7월, 3678건)의 2배를 넘었다. 오 시장은 올해 25곳을 선정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을 진행할 방침인데, 후보지 공모에 102곳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같은 기간 KB부동산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를 51.8로 집계했다. 지난 8월 112.3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팔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매수자가 줄어들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0.07%까지 내려왔다.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빌라 상황도 비슷하다. 재개발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했던 번동의 한 빌라는 이달 초 3억4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호가가 두 차례 떨어져 2억8000만원이 됐다. 수천만원씩 몸값을 낮춘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가 더해져 급등한 가격에 수요자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면서 빌라 매수세가 약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빌라는 아파트보다 감가상각이 크고 선호도가 낮아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빌라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야 빌라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고, 재개발 기대감도 이달 신통기획 대상지가 발표되면 다소 가라앉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등의 여파에 내년 최대 변수인 대선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당분간 눈치보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달 신통기획 대상지 25곳이 발표되면 신청지 102곳 가운데 77곳은 탈락한다. 과열된 재개발 거품도 다소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파트보다 대지지분이 넓은 빌라는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면서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지만 빌라의 경우 전세를 끼면 1억원 내외에 매수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서울 빌라는 3293건으로 전월 4138건 대비 20.4%, 전년 4377건 대비 25.7% 감소했다. 아직 집계기간이 남았지만 3000건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빌라 매매시장은 지난해부터 활황이었다. 2019년 3555건이던 월 평균 거래량이 지난해 월 4913건으로 치솟았고 올 상반기에는 월 5460건까지 갔다. 특히 올해는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넘어섰다.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이 올 1월 5883건으로 아파트(5771건)를 앞지른 후 계속 웃도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중순부터 거래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 6000건대 기록 후 4000~5000건대로 줄었고 지난달 3000건대로 주저앉았다.
부동산 업계는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크게 뛰면서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실수요자들이 일종의 ‘풍선 효과’로 부담이 적은 빌라 시장에 유입됐던 것으로 봤다. 하지만 빌라 가격 상승과 대출규제 강화, 금리 인상, 아파트 거래절벽, 내년 대선 등의 여파로 관망세로 돌아섰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만큼은 아니지만 빌라 가격도 제법 높아졌다"며 "지금 가격이 고점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풍선효과와 재개발 기대감에 급등한 빌라 가격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억5038만원을 기록, 처음으로 3억5000만원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매매가격 2억6365만원에 비하면 32.9% 급등했다.재개발 기대감이 있는 지역은 값이 억 단위로 뛰기도 했다. 올해 초 1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강북구 번동의 한 연립주택은 최근 2억6000만원에 팔렸다. 인근의 다른 빌라는 올 초 1억2700만원에서 10월 2억4500만원까지 올랐다.
번동의 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수요자 위주던 지역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 수요가 늘었다"면서 "올해 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더욱 늘어 가격이 두 배가량 오른 상황"이라고 했다.
도시재생사업에 치중하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뒤 노후 빌라 밀집지에 대한 재개발 기대감이 높아졌고,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면서는 외지인 투자가 본격화됐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서울 빌라 거래량은 7557건까지 치솟았다. 전년도 같은 기간(2019년 7월, 3678건)의 2배를 넘었다. 오 시장은 올해 25곳을 선정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을 진행할 방침인데, 후보지 공모에 102곳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부동산 시장 '변곡점'…가격 오른 빌라 매수세 '위축'
빌라 매매시장에 선행하는 아파트 매매시장은 상승세가 꺾이며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5.2로 나타났다. 5주 연속 하락하면서 1년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내려가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의미다.같은 기간 KB부동산도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를 51.8로 집계했다. 지난 8월 112.3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만큼 '팔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매수자가 줄어들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도 0.07%까지 내려왔다. 호가를 낮추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
빌라 상황도 비슷하다. 재개발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했던 번동의 한 빌라는 이달 초 3억4000만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호가가 두 차례 떨어져 2억8000만원이 됐다. 수천만원씩 몸값을 낮춘 매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가 더해져 급등한 가격에 수요자들이 부담감을 느끼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에 접어들면서 빌라 매수세가 약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빌라는 아파트보다 감가상각이 크고 선호도가 낮아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빌라 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야 빌라 가격도 동반 상승할 수 있고, 재개발 기대감도 이달 신통기획 대상지가 발표되면 다소 가라앉을 것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인상 등의 여파에 내년 최대 변수인 대선까지 다가온 상황이다. 당분간 눈치보기가 지속될 것"이라며 "이달 신통기획 대상지 25곳이 발표되면 신청지 102곳 가운데 77곳은 탈락한다. 과열된 재개발 거품도 다소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서울 내 주택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아파트보다 대지지분이 넓은 빌라는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면서 "내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되지만 빌라의 경우 전세를 끼면 1억원 내외에 매수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