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정거래위원회가 SK실트론 사익편취 논란과 관련해 SK와 최태원 회장에 과징금 총 16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대기업이 사업기회를 포기해 재벌 총수가 대신 기회를 갖는 이른바 '소극적 방식의 사업기회 제공'을 처음으로 제재한 사례여서 향후 파장이 예상됩니다. 산업부 양현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양 기자, 오늘 공정위 결론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왔습니까?

<기자>

네. 공정위는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한 사익편취 의혹에 대해 최 회장과 SK에 각각 과징금 8억 원과 시정 조치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2017년 SK가 LG실트론을 인수할 당시, 잔여 지분 전체를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29.4%에 해당하는 지분을 취득하도록 기회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이번 제재안에 포함돼 있던 검찰 고발은 면했습니다.

공정위 측은 최 회장이 SK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하도록 지시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 지배주주의 소수 지분 취득행위를 제재한 선례가 없었기에 명확한 법 위반 인식을 갖고 행해진 것이라 보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최 회장이 전원회의에 참석할 만큼, 사실 사업기회 제공 여부인지에 대해 첨예한 공방이 있었는데, 공정위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결정적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이번 사건의 핵심은 실트론 지분 29.4%가 SK에게 상당한 이익이 되는 '사업 기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에 공정위는 그렇다고 판단한 건데요.

실제로 SK는 경영권 인수 검토 당시 실트론 기업가치가 1조 1천억 원에서 2020년 3조 3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SK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실트론 잔여주식 취득에 대해 '추후 결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후 최 회장이 인수 의사를 피력하면서 장동현 SK 대표이사가 이사회 절차 없이 입찰 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SK 측은 최 회장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에게 이사회 상정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설명했지만, 이 같은 조치는 SK가 주식취득을 포기한 이후 사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SK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SK 측은 "공개경쟁입찰이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며 즉각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또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지난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 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그대로 반복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SK는 정식 의결서를 받는 대로 세부 내용을 검토한 후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이번 결정이 대기업 총수 지분 매입 행위가 '사업기회'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첫 사례인 만큼, 향후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이번 공정위 결과로 인해 향후 총수의 직접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총수가 M&A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인수하는 사례들이 종종 나오곤 하는데요. 앞서 현대차 그룹이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때도 정의선 회장이 지분 20%를 인수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공정위는 "이사회 승인이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사적 이익 취득 목적이 없으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SK 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앵커>

산업부 양현주 기자였습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
실트론 지분 인수 '사익편취'로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