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국정농단 수사 받던 시기에 돈 벌려 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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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SK 등에 16억 과징금
'전원회의' 무슨 말 오갔나
공정위 "총수에 인수 기회 준 건
의도적 부당이득 제공…위법"
최, 직접 출석해 조목조목 소명
"그룹 도움 주려 위험 안고 추진"
'이사회 의결 없었다'는 주장엔
"필요 없다는 법률 조언 따른 것"
회사 이익 가로챘다니…당혹
'전원회의' 무슨 말 오갔나
공정위 "총수에 인수 기회 준 건
의도적 부당이득 제공…위법"
최, 직접 출석해 조목조목 소명
"그룹 도움 주려 위험 안고 추진"
'이사회 의결 없었다'는 주장엔
"필요 없다는 법률 조언 따른 것"
회사 이익 가로챘다니…당혹
“실트론 지분 인수가 SK그룹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회사 이익을 가로챘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당혹스럽고 좀 억울한 심정입니다.”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 대해 “총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을 동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처럼 소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2일 “SK가 실트론의 지분 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최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며 ‘사업기회 유용’ 혐의를 적용해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16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다만 검찰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SK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양측의 법정 다툼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 무렵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SK㈜가 이사회도 열지 않고 최 회장이 잔여지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판단했다. SK㈜가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SK는 공정위의 이 같은 주장을 일관되게 반박해왔다. 정관 변경 등 중대 사항을 의결할 수 있는 특별결의 요건이 넘는 70.6% 지분을 확보해 추가 지분을 취득할 필요가 없었고, 최 회장의 입찰 참여는 투명한 공개입찰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SK실트론의 기업 가치 상승은 당시 시점엔 예단할 수 없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 및 다수의 법률 전문가에게 이해 상충이 없어 이사회 상정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해명해왔다.
최 회장은 심의가 끝나기 직전 최후 진술 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실트론 지분 인수 시기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든 수형의 경험을 겪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때”라며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됐는지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저 스스로 아주 조심하던 때”라고 했다. 또 자신이 보유한 SK㈜ 지분이 실트론 지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을 들며 “돈을 벌기 위해서 SK에 해를 끼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애초 공정위가 SK 측에 보낸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는 SK㈜와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까지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선행 판결이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 회장이 고의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검찰 고발 조치가 빠진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거둬들일 이익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작은 점에 대해선 추후 제도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트론 주식의 미실현 이익에 대한 주식 가치 산정이 제도상으로 어렵고, 대상이 법인이 아니라 최 회장 개인이어서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과징금은 매출 기준이 없을 경우 2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규정을 따랐다.
이지훈/강경민 기자 lizi@hankyung.com
지난 15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출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자신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과정에 대해 “총수 이익을 위해서 기업을 동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처럼 소명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22일 “SK가 실트론의 지분 가치 상승을 예상하고, 최 회장에게 부당이득을 제공했다”며 ‘사업기회 유용’ 혐의를 적용해 SK㈜와 최 회장에게 과징금 16억원의 제재를 내렸다. 다만 검찰 고발 조치는 하지 않았다. SK가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양측의 법정 다툼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총수의 사업기회 유용’ 첫 제재
이번 사건의 핵심은 2017년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한 것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소재업체인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KTB PE(19.6%)와 우리은행 등 채권단(29.4%)이 보유한 잔여지분 인수를 검토했다. 우선 그해 4월 KTB PE가 보유한 지분을 추가 확보해 지분율을 70.6%로 끌어올렸다.공정위는 이 무렵 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실트론 잔여지분 인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SK㈜가 이사회도 열지 않고 최 회장이 잔여지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판단했다. SK㈜가 실트론 주식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최 회장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SK는 공정위의 이 같은 주장을 일관되게 반박해왔다. 정관 변경 등 중대 사항을 의결할 수 있는 특별결의 요건이 넘는 70.6% 지분을 확보해 추가 지분을 취득할 필요가 없었고, 최 회장의 입찰 참여는 투명한 공개입찰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내용적으로 위법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SK실트론의 기업 가치 상승은 당시 시점엔 예단할 수 없었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선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 및 다수의 법률 전문가에게 이해 상충이 없어 이사회 상정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받았다고 해명해왔다.
최 회장, “개인 리스크 감수한 것”
15일 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심판정에 직접 선 최 회장은 SK실트론 주식을 매입할 당시 본인의 판단과 정황 등을 소상히 털어놓았다. 그는 공정위 심사관이 ‘최태원은 본인이 이사인데도 이사회 의결을 받지 않고 회사 기회를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발언 기회를 얻어 소명했다. 최 회장은 “실트론 지분을 (제가) 인수하는 게 그룹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개인적인 리스크를 감안하고 추진했던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이사회 절차의 경우 “후회가 남지만 ‘할 필요가 없다’는 법률 조언에 따라 강행하지 못한 것”이라며 “(공정위가) 그 얘기를 뒤집어서 하니까 조금 어이가 없다”며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최 회장은 심의가 끝나기 직전 최후 진술 때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실트론 지분 인수 시기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힘든 수형의 경험을 겪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때”라며 “소위 국정농단 사건에 관여됐는지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검찰에서 수사를 받고 있던 상황이어서 저 스스로 아주 조심하던 때”라고 했다. 또 자신이 보유한 SK㈜ 지분이 실트론 지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을 들며 “돈을 벌기 위해서 SK에 해를 끼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강조했다.
애초 공정위가 SK 측에 보낸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 격)에는 SK㈜와 최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 조치까지 포함돼 있었다. 공정위는 선행 판결이 없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최 회장이 고의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돼 검찰 고발 조치가 빠진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최 회장이 거둬들일 이익에 비해 과징금 규모가 작은 점에 대해선 추후 제도 보완을 하겠다고 밝혔다. 실트론 주식의 미실현 이익에 대한 주식 가치 산정이 제도상으로 어렵고, 대상이 법인이 아니라 최 회장 개인이어서 매출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번 과징금은 매출 기준이 없을 경우 2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규정을 따랐다.
이지훈/강경민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