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매년 반복되는 대주주 양도세 코미디
“주식 투자 인구가 급증했고 장기투자 풍토가 자리잡는 상황에서 지금의 대주주 양도세 과세안은 시장을 흔들고 거래비용만 늘릴 뿐입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투자자들이 연말마다 대주주 양도세 부과를 회피하기 위해 보유 주식 매도에 나서는 게 코미디 같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연말 주주명부가 확정될 때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직계 보유분 합산 기준) 들고 있으면 대주주가 된다. 이듬해 주식을 팔면 양도 차익의 20%(3억원 이상 25%)를 세금으로 낸다. 이를 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연말에 주식을 팔고 연초에 다시 사들이는 일을 매년 반복한다. 올해도 28일이 대주주 회피 마지노선이다.

정부는 당초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대폭 낮추려 했다. 올해 말 기준 한 종목을 3억원 이상 들고 있으면 내년 4월부터는 대주주로 분류하기로 정했다. 투자자 반발이 심해지자 올해 2월 시행령서 관련 내용을 뺐다. 시행했으면 올해 연말 직계 존비속을 포함해 삼성전자를 3억원어치 들고 있는 주주는 세법상 대주주가 됐단 얘기다. 지분율 0.0000006% 대주주다.

대주주 기준을 낮추는 세법 개정은 2017년 이뤄졌다. 당시에는 주식 투자 인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 소액주주(지분율 100분의 1 미만) 수만 봐도 2017년 말 14만4283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집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2021년 3분기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는 518만8804명. 4년 새 36배로 늘었다. 1인당 평균 보유액은 5475만원이다. 투자 환경이 180도 달라졌다. 주식 투자가 보편화됐고, 적금을 드는 대신 주식을 사 모으며 기업에 투자하는 장기투자족도 많아졌다.

장기적인 주가 상승세와 인플레이션까지 고려하면 10억원 이상 대주주 수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연말마다 벌어지는 수급 리스크는 더욱 커지고, 없어도 될 거래비용만 양산하는 꼴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 소득세를 적용, 금융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면 초과분의 20%를 세금으로 걷기로 했다. 주식 투자에 대한 과세 강화 흐름을 고려하면 정부가 언제 또 3억원 대주주 적용안을 들고 나올지 모른다.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 것도 시대 변화다. 그동안 해외 주식 투자는 양도세(500만원 이상 수익에 22%) 때문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국내 주식 투자에 따른 세금비용이 증가하면 해외 주식 투자로의 유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은 개인투자자를 의식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누가 새 정부를 이끌게 되든, 대주주 양도세 관련 규정은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