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에도 내려갈 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년도 실적이 어떻게 될지 정말 막막한 심정입니다.”

금융위원회가 내년부터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매출 구간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발표한 23일. 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부터 내쉬었다. 카드업계는 1.5%의 수수료는 받아야 ‘역마진’을 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전체 가맹점의 96%가 1.5% 이하 수수료를 적용받게 됐다.

고객이 동네 상점에서 카드를 긁어 물건을 살수록 카드사의 손실 폭이 더 커지는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갖춰진 셈이다. 2007년만 해도 영세가맹점이 4.5%의 수수료를 냈지만 이후 13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이 계속 인하되면서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부문 수익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업계의 가맹점 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2013~2015년 5000억원에서 2016~2018년 245억원으로 급감했다. 2019~2020년에는 13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카드사의 손실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수료 규제뿐 아니라 대출 규제도 카드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금융 수익으로 본업인 신용판매 적자분을 메꿔왔다. 하지만 업친데 덮친격으로 카드론이 내년 1월부터 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된다. 올해까진 개인별 DSR 한도를 다 채운 차주가 카드론을 이용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내년부턴 막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카드사 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대출 수익마저 급속히 쪼그라들 전망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약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비용 증가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2016년 2만2000명이 넘던 카드 모집인이 올해 11월 8300명으로 줄어든 것처럼 카드업계 인력 구조조정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이날 “논의과정에서 카드업계의 현실이 일정 부분 감안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카드 수수료 인하 중단 등을 줄기차게 요구한 카드 노동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유감의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수수료율 인하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던 카드노조는 오는 27일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