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3년부터 다국적 기업에 적용하는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통일시킨다는 방침을 22일(현지시간) 재확인했다. 의회에서 입법에 난항을 겪고 있는 미국도 결국 글로벌 법인세율 15% 도입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0월 세계 136개국은 다국적 기업의 수익에 최소 15%의 법인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고 세법의 일관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다. 11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주요 20개국(G20) 정상이 모여 이 방안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각국이 기존 세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이날 유럽집행위원회(EC)는 27개 회원국 모두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을 내놨다. 이른 기간 내에 새 법인세율을 도입하기 위한 ‘패스트트랙’을 제안한 셈이다.

EC는 내년 중반까지 이 지침이 회원국 정부의 동의를 얻으면 2023년부터 글로벌 법인세율 15%를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EU 회원국 가운데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헝가리 등은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다가 10월 막판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C 조세 담당 집행위원은 “이들 국가도 새 지침을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며 “EC는 이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글로벌 법인세율 도입은 안갯속에 빠져 있다고 WSJ가 전했다. 이 법안을 포괄하는 2조달러 규모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역점 사업으로 건강보험 확대, 약값 인하, 교육 개혁, 기후변화 대응, 이민과 세제 개편 등이 포함돼 있다.

법안 통과에 제동을 건 것은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다. 맨친 의원은 지난 19일 재정적자 확대 우려 등을 이유로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현재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의석수가 50 대 50이기 때문에 공화당이 일제히 반대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 한 사람만 반대하면 이 법안은 통과될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이 도입되면 각국 정부가 연간 1500억달러를 거둬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