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의 한 구절이다. 쉬운 듯, 어려운 이야기다. 자기 지식의 한계를 아는 것이 진정 앎이라는 뜻이다. 지식(知識)을 얻는 방법은 경험을 통해 원리를 깨우치거나 책, 인터넷, 대화 등을 통해 구하는 등 다양하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판별하고 그 한계를 아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어떤 정보를 지나치게 일반화하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일반적인 것은 없다. 모든 명제는 특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성립한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 정책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케이스가 항상 발생한다.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보완책을 강구하면 된다. 이런 면에서 정책당국자는 언제나 시장과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이런 것이 바로 시장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안다는 것과 비슷한 말로 ‘슬기롭다’는 뜻의 지혜(智慧)가 있다. 지식과 지혜의 ‘지’가 다른 것에 주목해 보자. 지혜에 사용되는 한자는 知(안다)에 日(세월)이 더해진 것이다. 요컨대 아는 것이 시간이 지나 숙성되는 것을 의미한다. 아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르치는 것인데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른 사람, 즉 듣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알려주려 했기 때문이다.
좋은 정책은 단지 아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주체, 즉 시장참여자의 반응을 파악해 원하는 결과를 이끌 수 있도록 가격 변화를 주는 것이다. 특히, 경제정책은 시장가격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고 그 변화를 통해 시장 주체를 유도하는 것이다.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시장실패나 정보비대칭으로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로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니면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장 형성의 마중물 역할로 개입할 수 있다. “시장의 일은 시장이 가장 잘 안다”는 원칙을 명심해야 한다. 이 원칙을 고려하지 않으면, 그 경제정책은 원하는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잘 알고, 모르는 것을 들으며, 설익은 아이디어를 숙성시켜야만 좋은 정책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나는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무작정 열심히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요령껏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은 전체 과정과 결과를 여러 가지로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원하는 목표를 잘 달성할 것인지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하고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일을 잘하는 방법이다. 여당의 정치인으로서 내년 대선 공약 개발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과연 내가 고안하고 참여한 공약이 단순히 아는 것을 나열하는 것이거나, 설익은 것이 아닌지를 논어의 ‘안다는 것’이라는 구절을 떠올리며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