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기아, 르노삼성,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업계가 내년 1월부터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 정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가 계속 늦어지는 상황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2019년 2월 중고차 판매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지 3년 만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우리 제조업의 위기와 대응과제’를 주제로 열린 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국내 완성차업계는 다음달부터 사업자 등록, 물리적 공간 확보 등 중고차 사업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며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2019년 이후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진출을 막을 법적 제한은 사라졌다. 완성차 업체들은 다만 중고차 매매업자들이 중소벤처기업부에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한 만큼 그동안 시장 진입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중기부의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결과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허위 중고차 매물 등에 따른 피해가 지속되자 시장 진출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중기부를 통해 상생 협력 방안을 협의해왔으나 이견이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다만 중기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는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는 중고차 매매 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상생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중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중고차를 사서 수리한 뒤 되파는 ‘인증 중고차’ 시장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그동안 인증 중고차 시장은 수입차 업체 무대였다. 올 1~11월 중고차 신규 등록 대수는 232만5860대로, 신차 판매 대수(159만4166대)보다 많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중고차 거래량이 신차 구매의 세 배에 달한다.

완성차업계는 이날 발표에 발맞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3년 동안 국내 완성차만 발이 묶여 있어 답답했던 상황”이라며 “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인 만큼 소비자가 중고차를 실제로 구매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