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꿈'이 영근다…SK가 인텔 낸드 품은 비결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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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의 IT카페] 31회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중국 동의 얻어내
절차 마무리할 경우 전 세계 낸드 3위로 껑충
반도체 10년 공들인 최태원 회장 결실 맺어
SK하이닉스, 인텔 낸드 인수 중국 동의 얻어내
절차 마무리할 경우 전 세계 낸드 3위로 껑충
반도체 10년 공들인 최태원 회장 결실 맺어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영향력 확대를 위한 SK의 계획이 가시화하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 인수를 위한 중국 당국 동의를 얻어내면서다.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인텔 낸드 부문 인수 및 미국 시장 공략까지, 최태원 SK 회장이 그려온 반도체의 '빅 플랜'이 본격 가동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함께 'K-반도체' 원팀으로 나서는 구도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품·소재를 비롯해 반도체 제조,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공정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SK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지 만 10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당초 이번 인수전은 합병 이후 독점 우려가 적어 무난하게 주요국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맞물려 중국 당국의 승인 발표가 늦어져 우려를 샀다.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받아야만 한다. 중국은 올 들어 한국 미국 유럽 영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 7개국이 일찌감치 규제심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달리 막판까지 SK하이닉스의 애를 태웠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승인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연내 마무리됐다.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승인으로 인수에 필요한 8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모두 확보, 곧바로 인텔과 인수 마무리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1차 대금으로 인텔에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지급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확보한 뒤 2025년 3월 나머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치러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생산 관련 지적재산권(IP), 다롄 공장 운영 인력 등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낸드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업용 SSD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텔의 점유율은 세계 2위(29.6%)로, SK하이닉스(7.1%)와 합칠 경우 삼성전자(34.1%)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을 두고 시장점유율 합계보다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낸드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에서만큼은 SK하이닉스가 왕좌를 거머쥐겠다는 구상이다. 인텔 낸드 인수로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D램 편중 사업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인수전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D램 매출 비중이 70%를 넘고 낸드 비중은 20%대에 그치는 기형적 사업 구조는 D램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인수 발표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2025년 M&A가 최종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사업 비중은 D램이 60%, 낸드 40%로 양 날개 균형을 맞추게 된다. 시장 변동성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SK그룹이 반도체 사업 진출 4년 만인 2015년 말 특수가스(NF3) 제조회사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반도체 연관 산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반도체 소재 산업이 뒷받침돼야 반도체 제조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K그룹이 2019년 불화수소 부족 사태 등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SK머티리얼즈가 계열사로 버텨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2017년에는 실트론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산업에도 진출했다. SK가 실트론 지분 70.6%을 인수, 특별결의까지 가능한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면서 웨이퍼 사업을 내재화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함으로써 웨이퍼에 대한 지배력과 협상력을 확보했다.
꾸준히 반도체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최 회장에게 가장 큰 숙제는 중국의 인텔 낸드 합병 승인이었다. 가장 어려운 지점을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업계는 최 회장의 글로벌 인맥, 중국 네트워크가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 회장은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을 내세우면서 매년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난징포럼 등을 개최했고 보아오포럼에도 오랜 기간 참석하면서 중국 정부는 물론 정·재계 인사들과 친밀감을 쌓았다. 최 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 지분 투자 당시에도 최 회장이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중국을 방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9월에는 '중국통'인 서진우 SK 부회장을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하고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하게 했다. 올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정호 부회장 역시 M&A 전문가 답게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인텔 낸드 인수팀을 총괄 지휘하고,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에게 필요성을 적극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이 투자와 기술을 넘어 국제 관계 등 안보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부상은 삼성전자가 짊어진 정세 리스크를 덜어줄 수도 있다. 물론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결국 '대한민국 반도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다같이 성장하는 게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인텔 낸드 인수 발표 14개월 만에 조건 충족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2일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의 승인을 얻어냈다.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를 90억달러(약 10조6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지 14개월 만이다.이로써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부품·소재를 비롯해 반도체 제조,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전 공정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SK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지 만 10년 만에 얻은 결실이다.
당초 이번 인수전은 합병 이후 독점 우려가 적어 무난하게 주요국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과 맞물려 중국 당국의 승인 발표가 늦어져 우려를 샀다. 반도체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이해관계가 얽힌 주요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모두 받아야만 한다. 중국은 올 들어 한국 미국 유럽 영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 7개국이 일찌감치 규제심사 결과를 발표한 것과 달리 막판까지 SK하이닉스의 애를 태웠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이 갖가지 이유를 들어 승인을 내년으로 미룰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연내 마무리됐다.
SK하이닉스는 중국의 승인으로 인수에 필요한 8개국 경쟁당국의 승인을 모두 확보, 곧바로 인텔과 인수 마무리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1차 대금으로 인텔에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지급하고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과 중국 다롄 공장 자산을 확보한 뒤 2025년 3월 나머지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치러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생산 관련 지적재산권(IP), 다롄 공장 운영 인력 등을 넘겨받을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점유율보다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
관련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전세계 낸드 시장 3위(올 3분기 점유율 13.5%)에서 2위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1위는 삼성전자(34.5%), 2위는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19.3%)다. 인텔 낸드 사업부는 올 3분기 시장점유율 5.9%를 기록했다.낸드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업용 SSD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텔의 점유율은 세계 2위(29.6%)로, SK하이닉스(7.1%)와 합칠 경우 삼성전자(34.1%)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전을 두고 시장점유율 합계보다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낸드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낸드에서만큼은 SK하이닉스가 왕좌를 거머쥐겠다는 구상이다. 인텔 낸드 인수로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D램 편중 사업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인수전을 뒷받침했다는 분석이다. D램 매출 비중이 70%를 넘고 낸드 비중은 20%대에 그치는 기형적 사업 구조는 D램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SK하이닉스의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는 지난해 10월 인텔 낸드 인수 발표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도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시작이 다소 늦어 후발주자가 갖는 약점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며 "인텔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접목해 SSD 등 고부가가치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낸드 사업에서 D램 못지않은 지위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2025년 M&A가 최종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사업 비중은 D램이 60%, 낸드 40%로 양 날개 균형을 맞추게 된다. 시장 변동성에 즉각 대응이 가능해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구조가 확보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 통했다
이 같은 최 회장의 반도체 전략맵의 밑그림은 SK텔레콤이 2011년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그려져 있었다는 게 SK측 설명이다. 당시 최 회장은 SK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반도체를 지목한 뒤 연관 산업에서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이미 SK그룹은 에너지·석유화학을 핵심 사업군으로 영위하면서 에너지·석유화학의 밸류체인(가치사슬)에서 시너지를 경험한 바 있어서다.SK그룹이 반도체 사업 진출 4년 만인 2015년 말 특수가스(NF3) 제조회사인 OCI머티리얼즈(현 SK머티리얼즈) 인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반도체 연관 산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다. 반도체 소재 산업이 뒷받침돼야 반도체 제조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SK그룹이 2019년 불화수소 부족 사태 등 반도체 공급망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도 SK머티리얼즈가 계열사로 버텨줬기 때문이다. SK그룹은 2017년에는 실트론을 인수하면서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 산업에도 진출했다. SK가 실트론 지분 70.6%을 인수, 특별결의까지 가능한 안정적 지분을 확보하면서 웨이퍼 사업을 내재화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회장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실트론 지분 29.4%를 인수함으로써 웨이퍼에 대한 지배력과 협상력을 확보했다.
꾸준히 반도체 영향력 확대를 꾀하던 최 회장에게 가장 큰 숙제는 중국의 인텔 낸드 합병 승인이었다. 가장 어려운 지점을 통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업계는 최 회장의 글로벌 인맥, 중국 네트워크가 작용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 회장은 '차이나 인사이드' 전략을 내세우면서 매년 베이징포럼, 상하이포럼, 난징포럼 등을 개최했고 보아오포럼에도 오랜 기간 참석하면서 중국 정부는 물론 정·재계 인사들과 친밀감을 쌓았다. 최 회장은 2017년 일본 키옥시아 지분 투자 당시에도 최 회장이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해 중국을 방문,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중국 정부 승인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은 지난 9월에는 '중국통'인 서진우 SK 부회장을 중국사업총괄로 임명하고 현지 관계자들을 설득하게 했다. 올해 3월 SK하이닉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박정호 부회장 역시 M&A 전문가 답게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인텔 낸드 인수팀을 총괄 지휘하고, 국내외 시장 관계자들에게 필요성을 적극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이 투자와 기술을 넘어 국제 관계 등 안보적으로도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부상은 삼성전자가 짊어진 정세 리스크를 덜어줄 수도 있다. 물론 경쟁관계이긴 하지만 결국 '대한민국 반도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다같이 성장하는 게 국익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