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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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미국 대형주 중에선 엔비디아의 활약이 가장 돋보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인공지능(AI)에 특화된 반도체에서 영역을 확장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월트디즈니는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디즈니랜드가 좀처럼 전면 재개장되지 못한 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출시 반응이 밋밋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현재 미국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 대해 올해 시총 증감률(22일 기준)을 조사했다. 시총 증감률을 보면 테크기업들 중에서도 더 혁신성이 보이는 기업들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작년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었던 종목들은 올해 성과가 부진했다.

상위 20개 종목 중 가장 시총이 많이 증가한 종목은 엔비디아였다. 현재 엔비디아의 시총은 7326억 달러로 올 들어 126.66% 증가했다. 엔비디아는 AI 기반의 메타버스 협업 플랫폼 ‘옴니버스’를 발표했는데, 이 플랫폼이 메타버스 구현에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어 알파벳(63.45% 증가·1조9450억달러), 화이자(63.36% 증가·3342억달러), 테슬라(51.44%·1조130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48.87%·2조5010억달러) 순으로 덩치가 커졌다. 알파벳은 AI와 머신러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받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성장과 메타버스를 위해 포괄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는 전기차 업계의 선두주자라는 점이, 화이자는 코로나19 관련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갖췄다는 사실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월트디즈니는 올해 시총이 15.84% 줄어들며 2761억달러를 기록, 전체 19위에 머물렀다. 작년 말엔 16위(3280억달러)였다. 올 한 해 코로나19로 테마파크 운영이 어려웠던 데다 새로 출시한 OTT에 대한 실망감도 겹쳤다. 또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각각 시총이 10.1%, 1.29% 줄어들었다. 아마존이 높은 수수료를 문제삼아 영국에서 비자 신용카드 결제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탓이다. 해당 조치가 다른 카드사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마스터카드도 타격을 받았다. 또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물건구매 증가 수혜 입었던 월마트도 시총이 4.92% 줄었다.

전체 시총 순위를 보면 3~6위 싸움이 치열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1·2위를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구글(4→3위)과 아마존(3→4위)이 자리를 바꿨다. 또 메타(페이스북·5→6위)와 테슬라(6→5위)도 자리를 바꿨다. 엔비디아는 열 계단이나 순위가 올라 7위에 등극했고, 벅셔해서웨이와 비자가 각각 한 계단씩 내려오면서 8·9위를 차지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