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 능선 넘은 SK하이닉스 인텔 낸드사업 인수…반도체 주도권 잡을까[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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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1. 마지막 관문 넘은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긴 시간 결정을 미뤘던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업 인수를 승인받는 데 성공한 겁니다. 몇 가지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면 중요한 인수 작업이 모두 끝납니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합의로 시작된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인수 절차가 드디어 마무리되는 거죠.
사실 이번 인수전은 합병 후 독점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주요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미중의 반도체 패권 경쟁과 맞물려 중국의 승인 발표가 늦어지면서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 영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 등 7개국이 잇따라 규제심사 결과를 발표한 반면, 중국은 마지막까지 SK하이닉스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회장은 SK그룹 중국사업총괄인 서진우 부회장을 중국으로 보내 우시, 다롄의 주요 관계자를 만나 중앙정부에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승인 필요성을 설명하도록 설득했다는 후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승인을 이끌어내기까지 최 회장의 중국 네트워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위 자리를 확고히 다지게 됐습니다. 현재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입니다.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텔의 점유율은 세계 2위로 SK하이닉스와 합치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결정하면서 단순한 시장점유율 합계보다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더 이상 낸드플래시 시장을 외면한 채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인 겁니다.
인텔 낸드플래스 사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를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D램 편중 사업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셈입니다. 낸드플래시 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70%를 넘고 낸드플래시 비중은 20%대에 그칩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실적은 D램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M&A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전체 사업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줄고 낸드플래시는 40%로 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출 것으로 기대됩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기옥시아에 지분 투자한 것까지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 사모투자펀드인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총 4조원을 기옥시아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현재 기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34조원 정도로, 투자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이 70%를 넘는 걸 감안하면 한국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 인수대금 삭감 합의했지만…갈길 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매각 측과 인수대금을 51억원 하향 조정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정밀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발견됐다며 입찰가 3100억원의 5%에 해당하는 155억원을 깎아달라고 요청했었죠. 155억원은 앞서 인수를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 조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매각 주간사 EY한영은 최대 50억원 수준만 삼각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양측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에디슨모터스가 EY한영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양측은 최종적으로 51억원을 깎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이에따라 최종 인수가격은 당초 3100억원 수준에서 3048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매각가는 조정됐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있습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실제로 쌍용차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당초 운영자금 7000억~8000억원을 자산 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의 사업성이 검증 안되면 회생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한 발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총 네 개 회사와 연합을 형성한 상태입니다.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KCGI, TG인베스트먼트, 새로 자회사로 편입한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와 함께 자금을 조달해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많은 주체가 인수자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건 결국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에디슨모터스는 연내 인수대금의 10%를 내고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본계약이 체결되더라도 회생계획안 마련은 내년 1월을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쌍용차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내년 1월 2일에서 3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회생계획안 기한은 지난해 7월 1일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나 미뤄졌는데요.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남은 과제입니다.
전기버스 전문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세우면서 쌍용차 전 모델을 전기차로 바꿀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자랑해왔습니다. 최근에 쌍용차를 인수한 후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체어맨과 같은 쌍용차의 과거에 인기있었던 차종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내년 상반기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등을 전기 SUV로 전환하고 하반기에 전기차 3~5종을 추가로 출시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실제로 전기차 전환 기술을 보유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수십조원을 들여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버스가 주력인 에디슨모터스가 이런 기술력을 가졌다고 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는 겁니다. 산업은행도 이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나서 에디슨모커스의 전기차 개발 계획을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에디슨모터스는 기술력과 자금 조달 모두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발전시켜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욕에 찬 청사진이 현실화될지 인수 후 행보도 매우 궁금한 쌍용차 M&A입니다.
3. 두산의 마지막 매물 두산건설 매각…재무 약정 조기 졸업할까
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건설이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됐습니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마지막 매물이 팔리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도 졸업을 앞두게 됐습니다. 두산그룹은 앞서 지난해 6월 산은 등으로부터 3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 약정을 체결한 뒤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두산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잇따라 매각했죠. 남은 채무 잔액은 약 7000억원 정도였습니다. 두산건설 매각 금액은 유상증자 2500억원과 현물출자를 합쳐 약 3700억입니다. 큐캐피탈 컨소시엄은 두산건설이 신규로 발행할 전환사채(CB) 400억원도 추가로 인수할 예정입니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대우산업개발과의 협상이 무산된 지 1년3개월 만에 성사된 것입니다. 올초 두산모트롤BG를 인수했던 소시어스PE가 두산건설도 인수하기 위해 한때 기업실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큐캐피탈이 신영증권 등 파트너들과 손잡고 두산건설을 인수하게 된 겁니다. 최근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서 두산건설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이 매각 성공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큐캐피탈을 필두로 한 인수 컨소시엄에는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우리PE, 유진자산운용-신영증권PE부문으로 구성됐습니다.두산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DBC도 두산건설을 인수하는 투자목적회사(SPC) 출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앵커 투자자인 큐캐피탈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입니다. 그동안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BBQ), 노랑통닭, 영풍제지, 큐로CC, 서울제약, 가공목재 수입·유통 업체인 케이원, 카카오VX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습니다. 큐캐피탈은 앞으로 두산건설이 보유한 주택 브랜드 ‘위브(We’ve)’, ‘제니스(Zenith)’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회사 전체 기업가치를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계약에는 두산중공업의 우선매수권이 보장돼 있어 추후 두산건설이 다시 두산그룹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투자자인 큐캐피탈 컨소시엄으로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과연 진정한 경영권 매각이 맞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합니다. 두산건설 매각은 완료됐지만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추가 재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초로 예정된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추가 재무 개선이 완료되면 두산그룹은 상반기 중 재무구조 약정을 졸업하고 드디어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위한 9부 능선을 넘었습니다. 긴 시간 결정을 미뤘던 중국 당국으로부터 사업 인수를 승인받는 데 성공한 겁니다. 몇 가지 형식적인 절차를 거치면 중요한 인수 작업이 모두 끝납니다. 지난해 10월 SK하이닉스와 인텔의 합의로 시작된 90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인수 절차가 드디어 마무리되는 거죠.
사실 이번 인수전은 합병 후 독점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주요국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미중의 반도체 패권 경쟁과 맞물려 중국의 승인 발표가 늦어지면서 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 영국, 싱가포르, 대만, 브라질 등 7개국이 잇따라 규제심사 결과를 발표한 반면, 중국은 마지막까지 SK하이닉스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회장은 SK그룹 중국사업총괄인 서진우 부회장을 중국으로 보내 우시, 다롄의 주요 관계자를 만나 중앙정부에 SK하이닉스의 인텔 인수 승인 필요성을 설명하도록 설득했다는 후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승인을 이끌어내기까지 최 회장의 중국 네트워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SK하이닉스는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위 자리를 확고히 다지게 됐습니다. 현재 1위는 삼성전자, 2위는 일본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입니다. 낸드플래시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기업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으로 범위를 좁히면 인텔의 점유율은 세계 2위로 SK하이닉스와 합치면 삼성전자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됩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인수를 결정하면서 단순한 시장점유율 합계보다 낸드플래시 시장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13.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더 이상 낸드플래시 시장을 외면한 채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인 겁니다.
인텔 낸드플래스 사업 인수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는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를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양대 축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D램 편중 사업구조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셈입니다. 낸드플래시 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비중이 70%를 넘고 낸드플래시 비중은 20%대에 그칩니다. 이 때문에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실적은 D램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번 M&A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전체 사업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60%로 줄고 낸드플래시는 40%로 늘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갖출 것으로 기대됩니다.
SK하이닉스가 일본 기옥시아에 지분 투자한 것까지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 사모투자펀드인 베인캐피털 등과 함께 총 4조원을 기옥시아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현재 기옥시아의 기업 가치는 34조원 정도로, 투자 당시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이 70%를 넘는 걸 감안하면 한국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왔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2. 인수대금 삭감 합의했지만…갈길 먼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매각 측과 인수대금을 51억원 하향 조정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앞서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정밀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발견됐다며 입찰가 3100억원의 5%에 해당하는 155억원을 깎아달라고 요청했었죠. 155억원은 앞서 인수를 위해 체결한 양해각서(MOU)에서 조정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었습니다. 그러나 매각 주간사 EY한영은 최대 50억원 수준만 삼각할 수 있다고 맞섰습니다. 양측의 줄다리기 끝에 결국 에디슨모터스가 EY한영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양측은 최종적으로 51억원을 깎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이에따라 최종 인수가격은 당초 3100억원 수준에서 3048억원으로 떨어졌습니다.
매각가는 조정됐지만 아직 변수는 남아있습니다. 에디슨모터스가 실제로 쌍용차 운영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당초 운영자금 7000억~8000억원을 자산 담보대출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은 에디슨모터스의 사업성이 검증 안되면 회생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며 한 발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에디슨모터스는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총 네 개 회사와 연합을 형성한 상태입니다.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와 KCGI, TG인베스트먼트, 새로 자회사로 편입한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와 함께 자금을 조달해 쌍용차를 인수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렇게 많은 주체가 인수자로 참여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선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많은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건 결국 에디슨모터스의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죠. 에디슨모터스는 연내 인수대금의 10%를 내고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입니다. 본계약이 체결되더라도 회생계획안 마련은 내년 1월을 넘길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쌍용차는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내년 1월 2일에서 3월 1일로 연기했습니다. 회생계획안 기한은 지난해 7월 1일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나 미뤄졌는데요.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역시 남은 과제입니다.
전기버스 전문기업인 에디슨모터스는 그동안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세우면서 쌍용차 전 모델을 전기차로 바꿀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고 자랑해왔습니다. 최근에 쌍용차를 인수한 후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죠. 체어맨과 같은 쌍용차의 과거에 인기있었던 차종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내년 상반기 티볼리, 코란도, 렉스턴 등을 전기 SUV로 전환하고 하반기에 전기차 3~5종을 추가로 출시한다는 구체적인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실제로 전기차 전환 기술을 보유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습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수십조원을 들여 전기차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버스가 주력인 에디슨모터스가 이런 기술력을 가졌다고 하는 것을 믿기 힘들다는 겁니다. 산업은행도 이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나서 에디슨모커스의 전기차 개발 계획을 제3의 기관으로부터 검증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에디슨모터스는 기술력과 자금 조달 모두 문제 없다는 입장입니다. 과연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쌍용차를 전기차 회사로 발전시켜 글로벌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욕에 찬 청사진이 현실화될지 인수 후 행보도 매우 궁금한 쌍용차 M&A입니다.
3. 두산의 마지막 매물 두산건설 매각…재무 약정 조기 졸업할까
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건설이 큐캐피탈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됐습니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을 위해 내놓은 마지막 매물이 팔리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맺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도 졸업을 앞두게 됐습니다. 두산그룹은 앞서 지난해 6월 산은 등으로부터 3조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는 약정을 체결한 뒤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두산타워, 두산솔루스, ㈜두산 모트롤BG,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잇따라 매각했죠. 남은 채무 잔액은 약 7000억원 정도였습니다. 두산건설 매각 금액은 유상증자 2500억원과 현물출자를 합쳐 약 3700억입니다. 큐캐피탈 컨소시엄은 두산건설이 신규로 발행할 전환사채(CB) 400억원도 추가로 인수할 예정입니다.
이번 거래는 지난해 대우산업개발과의 협상이 무산된 지 1년3개월 만에 성사된 것입니다. 올초 두산모트롤BG를 인수했던 소시어스PE가 두산건설도 인수하기 위해 한때 기업실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큐캐피탈이 신영증권 등 파트너들과 손잡고 두산건설을 인수하게 된 겁니다. 최근 건설경기 호황에 힘입어서 두산건설 실적이 크게 개선된 점이 매각 성공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큐캐피탈을 필두로 한 인수 컨소시엄에는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 우리PE, 유진자산운용-신영증권PE부문으로 구성됐습니다.두산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 DBC도 두산건설을 인수하는 투자목적회사(SPC) 출자자로 참여했습니다. 앵커 투자자인 큐캐피탈은 국내 중소·중견기업 경영권 인수를 전문으로 하는 운용사입니다. 그동안 치킨 프랜차이즈 제너시스비비큐(BBQ), 노랑통닭, 영풍제지, 큐로CC, 서울제약, 가공목재 수입·유통 업체인 케이원, 카카오VX 등에 투자한 경험이 있습니다. 큐캐피탈은 앞으로 두산건설이 보유한 주택 브랜드 ‘위브(We’ve)’, ‘제니스(Zenith)’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회사 전체 기업가치를 키운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이번 계약에는 두산중공업의 우선매수권이 보장돼 있어 추후 두산건설이 다시 두산그룹 품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투자자인 큐캐피탈 컨소시엄으로선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단을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과연 진정한 경영권 매각이 맞느냐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기도 합니다. 두산건설 매각은 완료됐지만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은 아직 현재진행형입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추가 재무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내년 초로 예정된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추가 재무 개선이 완료되면 두산그룹은 상반기 중 재무구조 약정을 졸업하고 드디어 채권단 관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박시은 기자 seek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