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의 개편 '통과' 난항
30일까지 과반 동의 얻어야
직원들 "절대평가 기준 못믿어"
급기야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일부 사업 부서에서는 인사제도 개편 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인사제도 변경 등 취업규칙을 바꾸기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듣고, 동의도 받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젊고 능력 있는 직원이 연공서열에 가로막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데 주목해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추진했다. △직급 연한 폐지 △상위 10% 외 절대평가 △동료평가제 시범 도입 △한 부서 5년 근무 시 부서를 전환하는 FA(프리 에이전트) 제도 등이 새 인사제도의 골자다. 유능한 직원은 연차와 직급에 상관없이 우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고연봉을 앞세운 정보기술(IT) 업체가 삼성 인재를 앞다퉈 빼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IT업계와 비슷한 수준으로 급여를 맞춰주려 했지만 상위 직급과 연봉이 역전되는 상황이 발생해 인사제도를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개편을 추진하자 반발의 목소리가 상당했다. 일부 직원은 인사제도 전반이 물갈이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상위 엘리트를 더 대우해주면 다른 직원들은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절대평가의 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삼성 계열사 직원은 “고과자가 자의적으로 직원을 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15일 자신을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 직원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DS부문 OO전자의 인사개편 강요’라는 제목의 청원을 올렸다. 사측에서 직원에게 개편안 동의를 강요하는 게 아닌지 조사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청원에는 24일 기준 3011명이 동의했다.
최근 사원협의회는 “기한 없이 직원 동의서를 받는 건 사실상 과반이 될 때까지 받겠다는 얘기”라고 사측에 공식 항의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동의서 접수 기한을 이달 30일로 정했다. 또 주요 계열사 20곳에 특별격려금으로 기본급의 200%를 지급했다. 그룹사 차원의 보너스는 2013년 12월 이후 8년 만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동의서 접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무리 없이 인사제도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