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주가가 20만원대 진입을 눈앞에 뒀다.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고사양 패키징기판인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패키징기판의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삼성전기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삼성전기는 6.22% 오른 19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기가 종가 기준으로 19만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8월 9일(19만1500원)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이달 들어 주가가 18.02% 상승했다. 이 기간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2759억원, 83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전날 공시한 패키징기판 설비 투자 계획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기는 베트남 생산법인에 약 1조원을 대여한다고 발표했다. 이 재원은 FC-BGA 생산설비와 인프라 구축에 사용될 계획이다.

패키징기판은 반도체와 메인보드 사이에 전기 신호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최근 서버·인공지능(AI)·5세대(5G) 통신장비용 패키징기판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했다. FC-BGA는 패키징기판 중에서도 가장 공급이 부족한 제품이다.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고객사들이 앞다퉈 주문을 늘리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키움증권은 FC-BGA 공급 부족이 202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기의 FC-BGA 매출은 올해 5700억원에서 2024년 1조1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베트남 신규 공장은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해 연간 매출이 5000억원 이상 더해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FC-BGA 시장은 공급자 우위의 환경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삼성전기 주가를 짓눌렀던 적층세라믹캐퍼시터(MLCC) 업황 둔화 우려가 지나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의 세라믹커패시터 수출액은 지난 9월(전년 동월 대비 -12%) 이후 10월(-10%), 11월(-2%)까지 역성장 폭이 감소하고 있다”고 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