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中경기 불안에 발 뺀 외국인…전기·전자만 24.7조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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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올 역대급 셀코리아
韓서 234억달러 팔 때 日 285억달러·中 306억달러 사들여
中 빅테크 규제·실적 우려까지…외국인 지분율 6년來 최저
"美긴축·인플레 등 겹쳐 내년에도 순매수 전환 쉽지 않을듯"
韓서 234억달러 팔 때 日 285억달러·中 306억달러 사들여
中 빅테크 규제·실적 우려까지…외국인 지분율 6년來 최저
"美긴축·인플레 등 겹쳐 내년에도 순매수 전환 쉽지 않을듯"
코로나19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올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잇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한국 증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한국 증시를 이탈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굉장히 낮았다고 분석했다. 올초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가 신흥국 증시를 짓누른 데다 한국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중국이 빅테크 기업을 향해 무차별적인 규제의 칼을 휘두르면서 외국인은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났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는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한국 증시를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 증시엔 285억96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중국엔 306억56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한국에선 외국인이 234억75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과 산업 구조가 비슷한 대만(177억달러)보다도 순매도 규모가 더 크다.
올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한국 주요 기업이 잇따라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기업 실적이 증시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본격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시작된 건 올 5월부터다. 미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외국인은 신흥국 주식을 빠르게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다른 국가 대비 백신 접종률이 크게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름엔 대형 악재가 터졌다. 중국이 빅테크 기업들을 향해 무차별적 규제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디디추싱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자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6개 앱의 다운로드를 금지했다. 패시브 외국인 자금은 기계적으로 MSCI 신흥국 펀드의 비중을 줄였다. MSCI 신흥국 지수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다. 한국은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중국 경기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중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25%를 차지하는 한국 증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이 중국 비중을 줄이면서 기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투자금을 빼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한국에서 자금을 빼는 과정에서 비중이 높은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팔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겨울론’도 제기됐다. 8월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에 겨울이 오고 있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하향했다.
기업 이익이 둔화된다는 우려도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었다. 한국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부터 기업 이익 증가율이 피크아웃(고점 통과)할 것이라는 걱정이 더 앞섰다.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131.73%, 108.0%를 기록한 뒤 3분기 50.08%로 내려앉았다.
외국인은 11월부터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11월엔 2조5700억원, 12월엔 3조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금액은 크지 않았다. 연초 36.51%이던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33.57%까지 내려온 상태다. 외국인 순매수가 내년에도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굉장히 낮았다고 분석했다. 올초부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가 신흥국 증시를 짓누른 데다 한국과 긴밀하게 연동되는 중국이 빅테크 기업을 향해 무차별적인 규제의 칼을 휘두르면서 외국인은 미련 없이 한국을 떠났다. 한국 증시 시가총액의 25%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는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주요한 요인이었다.
외국인, 한국만 팔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세계 주요국 지수 중 최하위권 성적표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미국 S&P500지수는 25.83% 오르며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고, 대만 자취안지수는 21.82% 상승하며 호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는 각각 4.93%, 4.90% 올랐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4.34% 상승하는 데 그쳤다.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한국 증시를 떠났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 증시엔 285억9600만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중국엔 306억5600만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한국에선 외국인이 234억75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한국과 산업 구조가 비슷한 대만(177억달러)보다도 순매도 규모가 더 크다.
올해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등 한국 주요 기업이 잇따라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기업 실적이 증시에 전혀 반영되지 못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한국 증시에 독이 된 중국
기업 펀더멘털이 좋았는데도 외국인 순매도세가 가장 거셌던 이유는 복합적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 미 Fed의 긴축 정책 논의, 중국의 빅테크 규제와 경기 둔화 등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라는 분석이다.본격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시작된 건 올 5월부터다. 미 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외국인은 신흥국 주식을 빠르게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다른 국가 대비 백신 접종률이 크게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름엔 대형 악재가 터졌다. 중국이 빅테크 기업들을 향해 무차별적 규제의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디디추싱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자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이 운영하는 26개 앱의 다운로드를 금지했다. 패시브 외국인 자금은 기계적으로 MSCI 신흥국 펀드의 비중을 줄였다. MSCI 신흥국 지수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다. 한국은 1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중국 경기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중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대(對)중국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25%를 차지하는 한국 증시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국인이 중국 비중을 줄이면서 기계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도 투자금을 빼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한국에서 자금을 빼는 과정에서 비중이 높은 반도체를 집중적으로 팔았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기업이익 둔화
여름부터는 ‘내구재 살 사람은 다 샀다. 서비스업이 부활할 시기’라는 전망이 자주 나왔다. 제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증시에는 또 다른 악재였다.‘반도체 겨울론’도 제기됐다. 8월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업황에 겨울이 오고 있다”며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하향했다.
기업 이익이 둔화된다는 우려도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었다. 한국 기업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분기부터 기업 이익 증가율이 피크아웃(고점 통과)할 것이라는 걱정이 더 앞섰다. 유가증권시장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131.73%, 108.0%를 기록한 뒤 3분기 50.08%로 내려앉았다.
외국인은 11월부터 다시 순매수세로 돌아섰다. 11월엔 2조5700억원, 12월엔 3조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금액은 크지 않았다. 연초 36.51%이던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비중은 33.57%까지 내려온 상태다. 외국인 순매수가 내년에도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