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고들 하지만 최근 사고나 질병으로 갑자기 사망하는 사람들로 넘치고 있어 죽음이 일상에 가깝게 다가온 느낌이다. 영화<웨이크 필드(Wakefiels), 2016>에서 충실한 가장이던 주인공은 어떤 계기로 행방 불명자로 일상에서 고립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한다. 세계적 감염병으로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사라지면서 일상에서 멀어져 있던 생로병사의 철학이 가깝게 다가온다. 평소 막연히 오래 살 것이라는 보편적 강박관념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애 목표를 학교의 학년이나 졸업 기간처럼 년 단위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살아간다면 필요 없는 막연한 욕심에서 벗어나 생의 진지한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의 마지막 시점에서 창밖에서 나를 되돌아보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의 목표를 세우고 집중적으로 살아 볼 필요가 있다. <영화 줄거리 요약>
뉴욕 교외의 전원주택에서 도심까지 전철로 통근하는 변호사 하워드 웨이크필드(브라이언 크랜스톤 분)는 어느 날 귀갓길에 지하철이 정전되면서 걸어서 집까지 걸어가게 된다. 집 근처 도착한 그는 집 옆의 창고에 오소리가 들어가는 것을 쫓아내려고 들어갔다가 그곳 창문으로 보이는 자신의 집에서 낯익은 가족들의 모습을 새로운 관점에서 관찰하게 된다. 15년간 같이 살아온 부인 다이애나(제니퍼 가너 분)와의 계속된 결혼생활에서 오는 권태감과 일상에서의 공허함을 느끼던 그는 창고 집에서 잠이 들면서 새로운 일상으로 빠져들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하워드가 창고 집에 계속 머무르게 되는 계기는?
잠시 쉬어 가려 든 그는 뜻하지 않게 자신이 실종자로 신고되면서 그동안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볼 기회로 삼게 된다. 그는 이제까지 누리던 많은 걸 포기한다. 며칠 전만 해도 엄청 중요했던 것들(말끔한 와이셔츠, 매일 아침 면도, 신용카드, 휴대전화, 의뢰인)도 버린다. 그러면서 자신은 아내에게서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집에서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는 조난자로 살아갈 거라고 다짐하며 생존자로서 아무도 모를 해방을 맛보며 하워드 웨이크필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B. 하워드의 노숙생활은 어떻게 전개되나?
그는 그동안의 안락했던 생활을 버리고 쓰레기통에서 이웃들이 버린 음식으로 끼니를 잇고 셀프 자연인으로 살아가면서 로빈슨 크루소처럼 휴양지 해변 같은 순수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이어가게 된다. 그동안 충실한 가장으로 살아오면서 가졌던 회의감인 "결혼과 가족이 종교라도 된단 말인가? 미래가 보이지 않는데도 거기 묶여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과 함께 잠시 이 삶을 정지시키고 싶은 것이다.
C. 하워드가 매일 반복되는 현실 세상을 떠나 생활하며 깨닫게 되는 것은?
@그동안 느꼈던 질투심, 분노, 급한 성질, 이기심과 늘 나만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희생자인 척 살아온 것이 모두 내 탓임을 느끼게 된다. 비록 거기가 내 감옥이었고 그래서 그곳을 탈출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우주의 이방인으로 떠돌면서 어느 때보다 아내를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내는 인내하고 삶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내 사람이며 그래서 그녀를 더욱 사랑한다고 느끼며 그녀의 장점(열정적이고 타인에게 기쁨을 주고 사람들 말을 다 사실이라고 믿는)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이웃집에 사는 다운증후군과 발달장애를 가진 허버트와 에밀리의 순수함과 따뜻한 배려를 통해 "자비는 의무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빗물이 이 땅에 떨어지듯 저절로 나타난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D. 하워드가 사라진 후 가족의 변화는?
@아내는 경찰에 남편을 실종 신고 후 쌍둥이 딸을 키우고 박물관 보조 큐레이터 직을 수행하며 책임감을 갖고 성실히 살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일상을 되찾고 여름휴가도 다녀오고 핼러윈 파티도 여는 등 자신들만의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 간다. @하워드는 아내가 버린 음식물 포장지에서 평소보다 저렴한 음식재료를 구매하는 것을 보며 남편이 없어진 가정경제를 지탱하려는 부인의 달라진 모습을 읽는다.
E. 하워드가 4계절이 바뀐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결심을 하는 이유는?
@하워드는 가족과의 사랑은 주고받는 거래가 결코 아니며 오로지 주는 데서 오는 행복이라는것을 알게 된다. @과거 자신의 연적이며 지금은 월스트리트에서 잘나가는 사업가 더크 모리슨이 아내를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본 하워드는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한다. 그는 노숙자 같은 머리와 수염을 말끔히 정리하고 옷도 사 입고 휴대폰도 켜면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크리스마스이브에 집문을 열고 들어가게 된다. <에필로그>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생명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36.5도를 365일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살았지만, 안전한 공간을 위해 필요한 아파트는 비효율적 정책으로 사라지고 세계 공급망 대난으로 자동차와 요소수도 사기 힘든 최악의 상황에서, 주어진 재난지원금으로 커피 한 잔과 조각 케이크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지금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일상 속 자신을 창밖에서 되돌아보며 과거와 다른 일상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코로나에 겹쳐 미국 켄터키주 메이필드에 불어닥친 토네이도로 92명이 사망한 보도는 인간의 존엄성이 언제까지 바이러스나 자연재해로부터 지켜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있는 이 순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살아가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서태호
영호"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