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내음과 흙내음이 어우러져 재료 본연의 맛 충실
"관광 산업과 연계 통해 해녀공동체·자연 지켜야"

5년 전 제주 해녀문화(Culture of Jeju Haenyeo)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 해녀에 관한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다시! 제주문화] (27)해녀의 삶·자연·건강을 담은 밥상
해녀의 전통적 어업방식과 그들의 쉼터인 불턱, 작업도구, 신앙, 생활, 해녀가 되는 방법 등….
이외에도 특별히 주목받는 분야가 있다.

해녀음식문화다.

거친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싱싱한 해산물을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그대로 밥상에 옮겨놓은 그들의 음식이 오늘날 '해녀문화'가 됐다.

◇ 삶과 자연이 담긴 밥상
"뭐 요리렌 헐 게 이서? 먹고 살기 바쁜디 있는 거 넣엉 그냥 맹글어 먹었주."(뭐 요리라고 할 게 있나요? 먹고 살기 바빠서 있는 재료 넣어서 간단히 만들어 먹었지.)
해녀들의 음식이 그렇다.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에서 만난 한 해녀의 말마따나 유명 쉐프의 그것처럼 거창하게 요리라 할 것이 아닐지 모른다.

바닷속엔 온갖 해산물이 풍부해도 온종일 물질을 통해 얻은 수확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돈이 되는 전복 등 귀한 해산물은 내다 팔았고 그 외 남은 일부만을 취했기 때문에 밥상은 언제나 소박했다.

[다시! 제주문화] (27)해녀의 삶·자연·건강을 담은 밥상
일하러 가기도 바쁜데 음식을 하는데 긴 시간을 들일 여유도 없었다.

최대한 간단한 조리법으로 짧은 시간에 한 끼를 해치워야 했기 때문이다.

양념이나 간으로 맛을 살리기보다 재료 본연의 맛에 충실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영양가는 높아 현대인에게 안성맞춤인 웰빙 식단이다.

제주 해녀는 상당수가 물질만 한 게 아니라 밭일도 같이했다.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과 싸우며 밭에서 일하다가도 물때가 되면 손에 든 호미를 내던지고 바다로 뛰어들었던 여성이 바로 제주 해녀다.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더라도 집에 '우영팟'이라 일컫는 잣은 텃밭에서 키운 식재료로 알뜰히 음식을 해서 먹었다.

해녀의 밥상엔 바당밭(바다밭), 땅밭에서 나는 바닷내음과 흙내음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예를 들어 바다에서 채취한 우뭇가사리를 끓이고 식혀 굳힌 한천(우무, 제주에선 '우미'라 부름)을 채 썰고, 텃밭에서 키운 양파·고추에 간장 등을 넣고 무친 뒤 미숫가루를 넣어 버무리면 우미냉채가 된다.

여름철 별미다.

4∼6월 연중 가장 큰 소득원인 우뭇가사리를 채취해 내다 팔고, 다시 요긴하게 여름철 음식으로 해서 먹는 해녀들.
해녀의 밥상엔 해녀의 고단한 삶이, 자연이 담겨 있다.

[다시! 제주문화] (27)해녀의 삶·자연·건강을 담은 밥상
◇ 해녀음식문화에 관광을
제주학연구센터의 '제주해녀 음식문화' 연구를 보면 제주해녀음식(Haenyeo Local Food)을 '해녀들이 채취한 소라나 전복, 우뭇가사리, 톳 등의 패류나 해조류를 이용해 독특한 조리법으로 만들어 대대로 전해져 온 음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해녀음식에는 어떤 게 있을까.

우선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제주어 그대로 살펴봐야 한다.

어패류에는 '게웃'(전복의 내장), '구살·솜'(성게), '구젱기'(소라), '깅이'(게), '물토세기'(군소), '뭉게'(문어), '보말'(고동), '오분재기'(오분작), 전복 등이 있다.

해조류에는 'ㅁ+ㆍ+ㅁ'(모자반), '우미'(우뭇가사리), '정각'(청각), '톨'(톳), '메역'(미역) 등이다.

해녀는 이들 다양한 해산물로 밥, 죽, 범벅, 국, 구이, 젓갈 등을 만들어 먹는다.

'톨밥'(톳밥), '전복돌솥밥', '구살죽'(성게죽), '깅이죽'(게죽), '뭉게죽'(문어죽), '전복죽', 'ㅁ+ㆍ+ㅁ국'(모자반국), 각종 물회, '우미무침'(우무무침), '톨무침'(톳무침), '게우젓'(전복내장젓), '구살젓'(소라젓), '구젱기구이'(소라구이), '뭉게적'(문어누름적) 등이다.

해녀들이 채취한 재료를 활용해 과거 전통적인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음식문화는 제주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주목받는다.

[다시! 제주문화] (27)해녀의 삶·자연·건강을 담은 밥상
살아있는 제주 해녀 무형문화유산이면서 관광 산업과 연계해 브랜드 가치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내 어촌계를 중심으로 곳곳에 위치한 '해녀의 집'은 사시사철 제주의 맛을 느끼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과 해조류를 믿고 먹을 수 있다는 가장 큰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해녀의 집은 해녀들이 생산해낸 상품을 판매하거나 공동으로 음식을 만들어 식당을 운영한 뒤 나온 수익금을 배분하는 등 제주 해녀의 경제적 가치향상과 해녀문화 보전을 위한 중요한 장소라 할 수 있다.

음식을 포함해 해녀 문화를 종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관광상품도 등장했다.

20여 년 전 생선을 경매하던 활선어 어판장이 해녀문화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킨 '해녀의 부엌'이다.

[다시! 제주문화] (27)해녀의 삶·자연·건강을 담은 밥상
이곳은 공연과 식사가 어우러진 곳으로 특별한 추억을 선사한다.

해녀의 첫 물질 이야기를 담은 연극공연과 뿔소라, 해삼 등 해녀가 직접 들려주는 제철 해산물 이야기,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 해산물을 활용한 해녀의 밥상 등을 접할 수 있다.

이처럼 해녀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개선해야 할 문제도 많다.

고령화로 인한 도내 해녀 수의 감소는 해녀문화에 대한 보전과 전승에 경고등을 켜고 있고, 지구온난화와 환경 훼손 등으로 인해 제주 바다 역시 황폐해지고 있다.

관광 산업과 연계를 통해 해녀들이 고소득을 올리고, 동시에 적정 수를 유지하며 자연환경을 지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다.

[※ [다시! 제주문화]는 지난 1년간 27차례에 걸쳐 연재를 이어왔습니다.

2022년 1월 한 달간 제주의 굿을 소개하는 신년 기획으로 인해 연재를 쉬고, 2월부터 다시 연재를 이어갑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