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에겐 함부로 쉬면 안 된다는 숙명이 따릅니다. 이미 춤에 온 인생을 쏟았는데 끝까지 해봐야죠. (나이라는)한계를 극복한 무용수가 돼보려고 합니다.”

오는 31일 경기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1’로 ‘국수호의 춤’을 펼치는 안무가 국수호(73)의 말이다. 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 겸 이사장인 그를 지난 23일 서울 대치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전통무용의 대가인 그는 이번 공연에서 60년 가까이 쌓아온 내공을 바탕으로 대표작 8편을 90분 동안 선보인다. 그의 홀춤(독무)인 ‘입춤’으로 막을 올린 뒤 ‘화랭이춤’, 쌍무(2인무)인 ‘용호상박’, 군무인 ‘제비노정기’ 등을 연달아 보여준다. 무용단 단원들과 이정윤 부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진아·노해진·조의연 등 전통무용수가 출연한다.

국 안무가는 입춤 외에도 용호상박, 명창 안숙선이 부르는 ‘사랑가’에 맞춘 춤사위 등을 보여준다. 그는 “춤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니 관객들에게 사랑을 일깨워주고 싶었다”며 “일부러 춘향가에 나오는 ‘사랑가’를 공연 마지막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명무(名舞)’ 또는 ‘국무(國舞)’로 불리는 국수호의 인생은 춤을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어린 시절 고향 전북 전주의 굿판에서 무당춤을 체득했고, 고등학교 땐 전주 권번의 춤사범에게 장구춤을 비롯한 농악무를 배웠다. 1973년 국립무용단이 생기자 최초의 남성 무용수로 입단해 송범 무용단장에게 무대에 맞는 전통춤을 배우고 익혔다.

“처음 무용단에 들어가니 여성 무용수가 20여 명 있는데 남자는 저뿐이더라고요. 첫해엔 조연만 맡다가 매일 10시간씩 춤 연습을 하고 나서 주역을 꿰차기 시작했죠.”

국립무용단의 세계 순회공연은 식견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국립무용단은 100여 개국을 돌며 한국 무용을 소개했다. 공연 후 그는 다시 그 공연장을 찾아가 무용극을 봤다. 그는 “독일 베를린슈타츠오퍼에서 열린 ‘봄의 제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전통춤을 극으로 풀어내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그는 춤꾼에서 안무가로 거듭났다.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해 무용극을 공부했다. 무대 연출과 대본, 안무, 음악 등을 배우며 극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부터 김만중의 ‘구운몽’ 등 동서양 고전을 무용극으로 바꿨다. 지금까지 그가 펼친 무용극 공연은 2000여 회에 달한다.

고희(古稀)를 넘어서도 창작욕은 여전하다. 지난 6월에는 홀춤을 중심으로 ‘무악’이란 신작을 내놨다. 그가 쉬지 않고 춤추는 원동력이 뭘까. “이어령 선생이 늘 멘토 역할을 해줬어요. 연출가 손진책, 국악 작곡가 박범훈 등도 늘 곁을 든든히 지켜줬죠. 예술가 동지들 덕에 제가 춤꾼 노릇하고 삽니다. 하하.”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