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B)tv, 올레tv, 유(U)플러스tv 등 통신사 IPTV(인터넷TV) 서비스 화면에서 메뉴 배치 등 사용자환경(UI)이나 사용자경험(UX)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자. 바꿔달라고 회사에 민원을 제기하면 며칠 만에 실제로 바뀔 수 있을까. LG유플러스가 통신사 가운데 이런 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2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올 들어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A/B 테스트 플랫폼’을 도입했다. A/B 테스트는 기존 서비스 안(A)과 개선안(B)을 고객 반응 데이터 기반으로 대조해 어떤 게 더 나은지 판단하는 경영 기법이다.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서비스관련 의사결정을 할 때 A/B테스트를 핵심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단독] LGU+, 고객 피드백 반영 4주→1시간으로

서비스 업데이트 주기 대폭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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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는 지난 10월부터 U+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U+모바일tv’, 영유아 전용 플랫폼 ‘U+아이들나라’ 등 핵심 서비스 의사결정에 A/B테스트 플랫폼을 적용하고 있다. 황현식 CEO(최고경영자·사진)의 1순위 방침인 ‘디지털 혁신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유플러스는 글로벌 IT 기업처럼 고객의 실사용 데이터를 빠르게 반영해 UI·UX를 개선하거나 새롭게 기획할 수 있는 자동화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유플러스 관계자는 “통상 1년에 한 번 진행하던 서비스 업데이트 주기를 분기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등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전적으로 반영해 U+tv 홈페이지를 수정한 게 대표적이다. 회사는 U+tv의 영화 카테고리 내 순서와 명칭이 일관적이지 못하다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했다. 1주일 만에 3000가구씩 4개 실험군을 대조해 가장 우수한 개선 방안을 찾아냈다. 홈페이지에서 노출 빈도가 가장 높은 첫 번째 배너의 상품을 수시로 바꿔가면서 고객 반응 효과를 비교하기도 했다.

통신업계 가운데 처음 도입

유플러스는 A/B테스트를 임직원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자사 사업 특성에 최적화된 플랫폼 형태로 개발했다. 고객 정보와 사용 이력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타깃 고객 조건을 자동으로 설정할 수 있게 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반응을 집계하고, 통계 검정 결과도 자동으로 알려준다.

국내 기업 가운데선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 직원이 A/B테스트를 활용할 수 있게 플랫폼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 중 A/B테스트 플랫폼을 도입한 건 LG유플러스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서비스 개선 작업의 효율성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자체 평가다. 유플러스에 따르면 A/B테스트 플랫폼을 쓸 경우 타깃 고객 선정 기간이 최대 3주에서 2분으로 대폭 단축됐다. 결과 분석 시간 역시 최대 4주에서 1시간 이내로 줄었다. 사용 방법이 간단해 마케팅, 광고 등 다양한 분야 직원이 쉽게 A/B테스트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내년부터 고객가치 혁신을 위한 핵심 도구로 A/B테스트의 활용 범위를 넓혀 서비스를 개선하는 모든 의사결정에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광모 LG 회장이 최근 내년 신년사를 통해 밝힌 그룹 차원의 목표 ‘가치있는 고객 경험 실현’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설명이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