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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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도체 칩 부족' 사태에도 불구하고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사들의 수익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럭셔리 모델 차량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급증한 반면, 반도체 부족으로 주요 시장에 공급량이 제한되면서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덕분이다.

25일(현지시간) 글로벌 투자은행 스티펠에 따르면 BMW와 아우디, 벤츠의 차량당 수익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발발하기 전인 2019년 이전과 비교했을 때 평균 2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리미엄 자동차 업계에서 그동안 판매량보다 생산량이 더 많았던 수십년간의 추세가 역전됐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회계연도 마감 시즌에 맞춰 판매량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도록 초과생산된 자동차를 높은 할인율로 판매해왔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기가 후퇴한 이후 이들 기업은 차량을 적게 제조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특히 그 격차가 400만대로 벌어졌다. 스티펠의 다니엘 슈바르츠 애널리스트는 "3년동안 자동차 공급이 제한되면서 재고 감소가 있었다"며 "이는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벤츠의 수익은 2019년 차량당 3만8000유로(약 5200만원)에서 올해 5만4000유로로 증가했다. 아우디 역시 동기간 4만6000유로에서 5만7500유로로 늘어났다. BMW의 경우 2019년 대당 3만6000유로에서 올해 3만8000유로로 소폭 상승했다. BMW는 벤츠, 아우디에 비해 반도체 칩 부족 위기를 잘 관리한 덕분에 차량 생산 및 공급이 수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익 증가의 원인은 이 제조업체들이 수익성이 더 높은 럭셔리 모델 라인의 생산을 우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올해 벤츠의 3분기 판매량은 30% 감소했지만 수익은 1%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는 벤츠가 더 높은 마진율의 럭셔리 모델 생산에 반도체 칩을 투입함으로써 세전 수익이 14억유로 증가한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올해 중고차 가격이 기록적으로 폭등한 것도 신차 구매에 대한 매력을 끌어올리면서 이들 제조사의 수익 증가에 도움이 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