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1조원대 블록딜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27일 오전 11시26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보다 300원(0.37%) 내린 8만2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4일 삼성전자는 종가 기준 8만원을 회복했다. 주가가 8만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8월10일 이후 4개월 만이다.

삼성전자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는 메모리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돌아온 외국인의 순매수세 덕이 크다.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외국인은 2조6000억원어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기관은 4361억원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3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외국인 매수로 상승세를 타던 삼성전자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것이 삼성전자 주가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대규모 블록딜에선 할인 거래가 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지난 10월5일 삼성전자 주식 1994만1860주(삼성전자 보통주의 0.33%)에 대해 상속세 납부 목적으로 KB국민은행과 처분 신탁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한 바 있으며 최근엔 블록딜 관련 매각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주로 예상됐던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삼성전자 블록딜'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루만 기다리면 배당을 받을 수 있는데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급하게 처분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최근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원에서 12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이달 초 8만2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8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D램 메모리 반도체의 내년 업사이클 진입이 예상되고 삼성 파운드리의 실적도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내년 업황 개선과 배당, 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글로벌 반도체 업종 중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며 "최근 상승세를 보였다고 하나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주가의 저점 대비 상승률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만큼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