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대상 확정되면 매년 다시 매수해
단기간 매물 나온 종목들 기회 노려볼 만
삼강엠엔티·에코프로비엠 등 내년 증익
○8.5조 판 개인…조용히 주워담는 외국인·기관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개인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총 8조5179억원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시장에선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자 확정을 앞두고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고 해석한다. 코스피 시장 내 한 종목의 보유 지분율이 1% 혹은 10억원 이상일 때, 코스닥 시장 내 한 종목의 보유 지분율이 2% 혹은 10억원 이상일 때 대주주에 해당돼 양도세가 부과된다. 기준 금액이 높아보이지만, 특수관계자(배우자·직계존비속·친족관계 등) 지분까지 모두 합산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28일까지 본인 및 특수관계자 지분을 기준 이하로 맞춰야 양도세를 회피할 수 있다.하지만 양도세 부과 대상이 확정되면 다시 개인들은 주식을 사들이는 패턴을 보였다. 2019년엔 양도세 부과 대상 확정일이 12월 26일이었고 개인은 이날까지 코스피 시장서 14거래일 연속 순매도(4조6997를 했다. 다만 이튿날인 27일부터 이듬해 6일까지 5거래일 동안 1조3565억원어치를 다시 매수했다. 작년 역시 양도세 부과 대상 확정일인 12월 28일까지 3거래일간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조1349억원 가량 주식을 팔았다. 다만 직후인 29일 대부분의 주식(2조1969억원어치)을 사서 거둬들였다.
때문에 양도세라는 단기적 이슈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펀더멘털이 튼튼한 종목이라면 이 때가 저점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외국인·기관은 개인이 쏟아내고 있는 우량주들을 주워담고 있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한 주 간 개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1조2208억원), SK하이닉스(-4522억원), 삼성전기(-2500억원), 위메이드(-1237억원), 엘앤에프(-1228억원)인데 외국인·기관은 해당 기간 동안 이 종목들을 모두 동반매수했다.
○개인 매도 시달린 매물 중 내년 증익하는 기업은
특히 코스닥 시장은 최근 개인의 매도 물량으로 흔들리는 종목이 적지 않다. 코스피 종목 대비 덩치가 작고 개인의 투자 비중이 비교적 높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는 내년도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 예상되는 종목도 많다.예를들어 해상풍력터빈 하부구조물 제작업체 삼강엠앤티는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개인이 총 146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는데, 이 기간 동안 주가도 5.84% 빠졌다. 그러나 삼강엠앤티의 내년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30억원으로 올해 추정치(307억원) 대비 40% 많다. 대만을 비롯해 이미 수주가 진행되고 있고 전세계에서 대형 하부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기업이 손꼽히기 때문에 수혜가 예상된다. 2차전지주 에코프로비엠 역시 이 기간 동안 개인은 577억원 어치 주식을 팔았고, 이 기간 주가도 2.23% 빠졌다. 다만 내년도 영업이익은 2220억원으로 올해 대비 7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기업인 알테오젠도 해당 기간 개인이 203억원 매도하고 주가도 4.65% 빠졌지만, 내년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94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주주 양도세 회피 물량을 누군가는 저점매수 시그널로 인식하고 역이용하는 패턴이 매년 관찰된다"며 "내년 성장을 보이는 종목 중에서 주가가 과열됐던 종목들은 연말 눌림목에 매수하는 전략이 최근 2개년간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