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보다 감염력이 더 센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미국의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11개월 만에 다시 20만 명을 넘어섰다.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한 달 만에 35% 가까이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5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2주 전보다 65% 증가한 20만1330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1월 19일(20만1953명)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초기에 보고된 북동부 지역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2주 새 신규 확진자가 80% 이상 증가했고, 워싱턴DC에서는 이달 초보다 3배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오미크론은 미국에서도 델타 변이를 밀어내고 우세종이 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미국 내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의 비중은 각각 26.6%, 73.2%로 조사됐다. 지난 4일까지만 해도 오미크론은 0.7%에 불과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6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가 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자만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비상이 걸린 지역은 미국뿐만이 아니다.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지난 24일 영국과 이탈리아에서는 각각 사상 최고치인 12만2186명, 5만599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도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만명 선을 넘어섰다. 최근 7일간 발생한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25만5743명으로 한 달 만에 34.5% 급증했다.

한편 영국 보건안전청(HSA)은 오미크론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보호 효과가 10주 안에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델타 변이 감염자 약 14만8000명과 오미크론 확진자 약 6만8000명을 분석한 결과다.

HSA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부스터샷'(추가접종)으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접종 이후 2~4주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60%였다가 10주 뒤 35%로 급감했다. 화이자 백신만 3회 맞은 사람들은 보호 효과가 접종 1주일 후 70%에서 10주 후 45%로 떨어졌다. 화이자 백신을 두 차례 맞고, 부스터샷으로 모더나를 맞은 사람들은 접종 이후 9주까지 예방 효과가 75%로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에 대한 부스터샷의 중증 예방 효과가 얼마나 되는지 판단할만한 데이터는 아직 부족하다"면서도 "부스터샷이 중증 및 입원, 사망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