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과 시, 전장에도 시는 있었네
전쟁과 시(詩),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하지만 전쟁과 관련된 시, 전장(戰場)의 시도 적지 않다. ‘밥 없이는 살아도, 문학 없이는 살지 못한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것이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인지 모른다.

전쟁과 시, 전장의 시를 뽑아 묶은 책이 나왔다. 전쟁, 군사 분야와 전쟁시를 연구해온 조규택 계명문화대학교 교수의 <근대 영미 전쟁시 읽기와 감상>(국학자료원, 335쪽)이다.

책의 1부 미국 편은 휘트먼의 『북소리』와 관련된 남북전쟁 시를 다룬다. 2부 영국 편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영국 전쟁 시인들의 전쟁시가 감상 대상이다. 3부는 비교 전쟁시다. 비교 전쟁시는 시공을 넘어 휘트먼과 오웬의 전쟁시를 연민의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 휘트먼과 이순신이 비교된 것은 노블레스 오블리제 관점에서다. 모윤숙의 서사적 전쟁시와 오웬의 사실적 전쟁시의 비교‧분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전쟁시 연구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영웅 관점의 서사시가 연구 대상은 아니다. 영웅 서사적 전쟁보다는 사실적 실제적 전쟁을 묘사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헛된 참상과 위선을 부각시킨다. 동시에 전쟁과 병사들에 대한 연민을 조명하고,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젊은 장병들이 이행한 의무를 평가한다. 이게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관점이다. 필자는 무가치한 명령에도 주어진 임무를 완수했던 무명용사들의 고귀함을 기록한 전쟁 시인들의 사실적이고도 처절한 호소를 대변하고 있다.

전쟁의 원인은 무엇이며, 그 잔혹한 참상을 어떻게 종식하고, 그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저자는 휘트먼의 시 「화해」를 통해 그 길을 모색한다. 휘트먼의 「화해」는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화해를 통해 인류가 화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유한다. 오웬의 「이상한 만남」에서처럼, 원수였지만 죽음을 통해 양쪽 화자가 마침내 하나가 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역설적이게도 죽음을 통해 인류는 서로를 연민하며 마침내 용서하고 화합하게 된다. 사순의 또 다른 시, 「화해」도 독일군과 연합군 간의 화해를 언급하고 있다. 죽음이 화해를 불러오리란 사순의 주장이 아이러니일 수 있지만, 상대의 충성심‧용감성까지도 인정하면서 지난날의 증오를 깨끗이 해소하고 화해하자는 제안은 휘트먼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까닭에 영미 전쟁 시인들은 인류가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화해’임을 시종 역설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의 활발한 전쟁시 연구에 비한다면, 한국에서의 연구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다는 게 영문학 가운데서도 이 분야를 파온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대학에서 군사 영어와 군사 논술 등을 가르치며 신문 기고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