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설비업체 비에이치아이(BHI)가 국내 최대 규모(1.25㎿ 발전용량)의 ‘그린수소’ 생산 사업자로 선정됐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핵심 설비인 배열회수보일러(HRSG) 시장에서 세계 1위 수주 기업인 BHI는 앞으로 수소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발전설비 강자' BHI, 그린수소 생산 도전
그린수소는 LNG에서 추출하는 ‘블루수소’와 달리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말한다. 한국전력의 발전·송전설비 정비 자회사인 한전KPS는 지난 24일 그린수소 실증 사업자로 BHI컨소시엄을 선정했다. BHI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내년 말부터 하루 500㎏ 규모의 수소를 생산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그린수소 생산

그린수소는 주로 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아 물을 전기 분해해 만들어진다. 그린수소 생산 기술은 탄소중립 시대에 가장 필요한 미래형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다. BHI는 내년 말부터 경기 시화 방아머리 지역의 풍력·태양광 발전 설비에서 나온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수소 시범도시로 선정된 경기 안산시에 공급한다. 산업부와 안산시는 앞으로 이 지역에 수소 차량 충전소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그린수소 생산 설비는 제주 상명풍력단지의 발전용량(0.5㎿)이 최대 규모였다. BHI의 발전용량은 1.25㎿로 두 배 이상 규모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소를 100대 충전할 수 있는 용량이다. 그동안 그린수소 생산은 대중화가 어려웠다. 수소 생산단가가 비싸고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공급원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기술적 난제 때문이다.

BHI는 수소 전문기업 하이젠테크솔루션과 함께 알카라인 수전해 방식으로 대용량 수소 생산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 또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서 나온 전력을 동시에 사용하는 데 발생하는 장애도 기술로 극복했다. 두 가지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생산하는 것도 국내 최초 시도다. 우종인 BHI 대표는 “향후 100㎿ 이상의 대형 수전해 설비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 그린수소 생산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기업으로 탈바꿈

BHI는 원래 석탄화력·원자력 발전 분야에 강점을 가진 전통 발전설비 업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에너지 정책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하자 LNG 발전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로 발 빠르게 전환했다. 지난해엔 세계 3대 발전설비 업체 중 하나인 미국 아멕포스터휠러로부터 HRSG 원천기술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던 LNG 복합화력발전소 핵심 설비를 국산화했다.

국내 유일 HRSG 원천기술사가 된 BHI는 올 들어 국내 LNG 발전소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방글라데시 등 LNG 발전소의 HRSG 물량을 ‘싹쓸이’했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미쓰비시파워 등을 꺾고 HRSG 시장에서 세계 1위 수주를 기록 중이다. 이 덕분에 BHI의 수주와 매출은 해마다 두 배씩 급증했다. 올해 수주는 작년 대비 두 배 수준인 5000억원대, 내년은 1조원대로 예상된다. 내년 매출 역시 올해의 두 배 수준인 50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BHI는 또 2018년부터 미래 에너지인 수소에 주목해 연료전지 및 수전해 스택 등 개발에 참여하면서 그린수소 사업을 준비해왔다. 우 대표는 “현재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LNG 관련 매출이 수년 내에 수소 관련 매출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