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의 고립을 막기 위한 주거 형태로 공유형 노인주거라는 것이 있습니다. 방만 각자 사용하고 거실, 부엌, 세탁실, 화장실 등은 공유하는 시설입니다. 요양원과 같은 의료시설 위주가 아니라 노인들의 생활을 중심으로 구성된 주거 형태라는 특징을 갖습니다.
우리보다 초고령화 사회에 먼저 도달한 일본에서는 특별양호노인홈(우리의 요양원 형태), 치매노인그룹홈, 양호노인홈, 경비노인홈, 유료노인홈, 서비스지원형 고급 노인주택 등 다양한 형태로 보급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공유형 노인주거는 코로나19로 고립된 도시에서 노인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반도 되어줍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도 공유형 노인복지주택 공급에 나섰지만, 지방 중소도시 위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거노인이나 고립된 노인 계층이 더 많은 서울에 있는 시설은 몇 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와 LH에서 직접 사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민간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요.
마침 공유형 노인주거에 사용할 자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며 많은 상가에서 공실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이미 온라인쇼핑과 배달 문화가 정착돼 상업시설들이 예전과 같은 활기를 띄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도심 재개발이 적극 추진되며 프리미엄급 오피스 공급이 늘어난다면, B급·C급 오피스는 점차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상가 공실과 오피스를 공유형 주거로 리모델링해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제화도 이미 되어있습니다. 다만 청년세대는 '에피소드성수'와 같이 독립형 공유주거를 선호하는 실정입니다. 신혼부부나 3040 가족세대는 내집마련이 우선이라 비어있는 상가나 오피스를 활용한 공유형 주거시설 전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내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율을 감안한다면 공유형 주거시설이 가장 필요한 세대는 고령층입니다. 임대료만 내면 평생 살 수 있고 매끼 식사를 해결해주며, 간호사가 상주하는 공유형 노인주거가 적극 공급된다면 중저소득층 노인들의 안정적인 주거가 가능해질 겁니다. 집은 있지만 소득이 없어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고,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예전의 주택정책으로는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정책에 반영해야 합니다. 청년대책도 중요하지만, 고령자들에 대한 대책은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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