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이 돼 돌아온 보답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A씨는 대학생이던 1970년대 중반, 강원도 농촌에서 상경해 신촌에서 힘들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겨울날 밤, 그는 신촌시장 뒷골목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봤다.
배가 몹시 고팠던 그는 아주머니들에게 “돈은 내일 갖다 드릴테니 홍합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가운데 한 분이 선뜻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내주셨다고 했다.
A씨는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나 감사했지만 다음 날이라고 돈이 없는 건 마찬가지여서 결국 갚지 못했다”며 "이후 50년간 죄책감과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다"고 전했다.
그뒤로 A씨는 군대에 입대했고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그는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며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달라"는 게 그의 부탁이었다.
편지를 받은 황영식 신촌 지구대장은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지난 23일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마봄협의체)에 돈을 전달했다. 전달식은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렸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