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차의 책

▲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 김재균 지음.
2005년부터 지금까지 농업박물관장으로 일한 저자가 유물 수집과 전시 준비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농업에 대한 단상을 정리했다.

머리말에서 "이 글의 지향점은 농(農)"이라고 선언한 저자는 농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책을 채웠다.

첫머리에는 쟁기를 수집하기 위해 농가를 찾아간 사연이 등장한다.

악취가 진동하는 재래식 화장실에 걸려 있던 쟁기는 먼지가 수북했지만, 일반적인 쟁기보다 훨씬 컸다.

저자는 웅장한 쟁기가 농기구라기보다 예술작품 같았다고 털어놓는다.

쟁기 소유자는 처음에 "선친의 물건을 처분할 수 없다"고 했으나, 저자가 5년간 연락하고 집을 방문하며 친분을 쌓자 결국 기증을 결심했다.

저자는 이 쟁기를 고(故) 손재형이 일본 소장자를 공들여 설득해 구매한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와 은근슬쩍 비교한다.

이외에도 유물을 수집하러 갔다가 난생처음 개고기를 먹고, 남편을 기증하고 싶다는 관람객의 하소연을 들은 이야기 등이 실렸다.

서울에 남은 농사 흔적, 조선의 온실, 소고기의 부위별 특징 등 농업 상식도 소개했다.

저자는 "이 책은 흩어진 파편을 모으고 숨겨진 농업 이야기를 찾아 엮은 일종의 농업박물지"라며 "농업박물관장만이 할 수 있고, 농업박물관만이라도 해야 하는 것을 말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다락방. 320쪽. 1만6천500원.
[신간]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 두 가지 스타일의 한국 결혼식 = 주영하 외 지음.
서양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대형 예식장에서 마치 물건을 찍어내듯 천편일률적으로 치르는 결혼식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민속학과 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들이 결혼식 변천 과정을 고찰하고, 혼례 복식과 음식을 분석했다.

저자들은 형식이 유사한 예식장 결혼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유행했으며, 이처럼 간편성과 효율성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의 맥도날드화'가 이뤄졌다고 진단한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0세기 이후 근대 국민국가에 의해 제시된 각종 혼례 규정은 국민 계몽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지만, 국민은 계몽에 따라 움직이지 않았다"며 "21세기 들어와 예식장에서의 현대식 혼례 절차는 '새로운 전통'이 되었고, 이에 대한 거부가 다양한 결혼 방식으로 나타났다"고 짚는다.

김혜숙 책과 구술의 음식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뷔페가 혼례 음식의 대세가 된 데 대해 "다양하고 풍부한 음식을 늘어놓는다는 점에서 한국의 잔치 방식에 부합하고, 예식업자에게도 효율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280쪽. 1만6천 원.
[신간]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 차의 책 = 오카쿠라 덴신 지음. 박신정 옮김.
일본 사상가이자 미술 연구자인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이 미국 보스턴미술관에서 근무할 무렵인 1906년 영어로 쓴 평론서.
차(茶)뿐만 아니라 도교와 선, 다실, 예술 감상, 꽃 등 일본 미학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저자는 "다도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함에 대한 숭배"라며 "일본의 집과 관습, 의복과 음식, 도자기, 칠공예, 그림은 물론 문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다도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이어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고, 삶과 예술의 원동력은 더 완전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그 성장 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작가 오카와 야스히로가 촬영한 아름다운 사진이 저자의 담백한 글과 조화를 이룬다.

시그마북스. 272쪽. 1만8천 원.
[신간] 남편을 기증해도 되나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