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필버그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뮤지컬 영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사진)가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끝에서 영화로 재탄생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순수하고 뜨거운 청춘의 사랑과 미국 사회의 첨예한 인종대립 문제, 젠더 갈등까지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깊이 있게 영화에 담아냈다. 스크린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인다. 아름다운 선율의 넘버(삽입곡)와 열정적인 퍼포먼스가 입체적인 촬영 기법으로 담겨 생동감이 넘친다.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5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뉴욕 사회상을 반영해 각색됐다. ‘쥬라기공원’ ‘E.T’ ‘레디 플레이어 원’ ‘더 포스트’ 등 다양한 장르에서 명작을 탄생시킨 스필버그 감독이 정통 로맨스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는 뮤지컬 내용을 충실히 따라간다. 이야기 중심은 토니와 마리아의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다. 토니는 전과가 있는 폴란드계 백인 하층민, 마리아는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난한 이민자다. 안셀 엘고트가 토니 역을, 레이철 지글러가 마리아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우연히 무도회장에서 마주치면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장 유명한 발코니 장면은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두 사람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발코니에서 만나는 모습, 이때 흐르는 감미로운 넘버 ‘투나잇(tonight)’은 풋풋하면서도 아름다운 청춘의 사랑을 잘 보여준다.

영화는 두 사람을 둘러싼 인물들을 통해 인종, 젠더 문제도 다룬다. 토니 친구가 이끄는 갱단 ‘제트파’, 마리아 오빠가 이끄는 갱단 ‘샤크파’는 인종의 극단적인 대립을 상징한다. 두 갱단은 오프닝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등장하며 극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마리아 오빠의 연인인 아니타(아리아나 데보스 분)가 보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를 통해 이민자들이 가졌던 ‘아메리칸 드림’의 모습과 허상을 잘 보여준다. 남장 여자 캐릭터를 둘러싼 조롱과 활약을 통해 젠더 갈등도 함께 드러낸다.

뉴욕 전체를 가로지르는 촬영 기법도 주목할 만하다. 영화는 시작부터 슬럼가를 허물고 도시를 재정비하는 건설 현장을 다이내믹한 카메라 워크로 담아낸다. 갱단들의 동선과 움직임을 통해선 도시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