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탄소중립 선언적 의미 아냐…정권유지 위한 중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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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장하이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최악 대기오염'에 민심 요동
지도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
2060년까지 100조위안 투자
삼성·SK 등 한국 기업에 기회
전력난은 '과속 정책'의 결과
美와 기후협력 더 확대될 것
'최악 대기오염'에 민심 요동
지도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
2060년까지 100조위안 투자
삼성·SK 등 한국 기업에 기회
전력난은 '과속 정책'의 결과
美와 기후협력 더 확대될 것
중국 정부가 환경문제 해결을 정권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최근 잇따라 탄소중립 선언을 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산업구조를 바꾸면 한국 기업의 역할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환경·외교 부문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장하이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경문제 해결 여부는 중국 공산당 정권 유지의 중대한 고비”라며 “중국에서 2060년까지 환경 분야에 100조위안(약 1경8500조원) 넘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 정부 자문기구인 국가기후변화전문가위원회 위원으로 유엔 환경 및 기후회의에 참여해왔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2030년 전 탄소정점, 2060년 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탄소중립을 약속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선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선언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정점에서 중립까지 30년’이란 목표가 선진국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장 부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의 목표에 대해 ‘굉장히 어렵지만 꼭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주요 2개국(G2)이 될 정도로 강한 나라가 됐지만 환경 오염이라는 대가를 치렀다”며 “중산층이 늘면서 중국에서도 ‘삶의 질’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탄소중립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바뀐 결과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산당과 정부도 탄소중립 과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2010년 전후 중국 대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시민 불만이 고조됐다.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공산당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환경이 정치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장 부원장은 “시 주석도 기후변화 대응은 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며 “외교적으로도 중국이 책임감 있는 대국(大國)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경제 발전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중국의 고민도 녹아 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만 추구해선 오래갈 수 없다”며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가려면 환경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조하며 외교적 입지 강화에 나섰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개도국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지만 환경부문 협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장 부원장은 내다봤다. 양국은 올해 두 차례 기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방중했을 때와 11월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다. 중국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믿음을 줬다. 그는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중국에 닥친 전력난은 큰 교훈을 줬다. 중앙정부가 정한 목표에 따라 지방정부가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을 시행했지만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자원 공급과 에너지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탄소중립 움직임은 기업까지 번지고 있다. 석유화학·철강 국유기업뿐 아니라 화웨이 텐센트 등 민간 대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최근 기업 임직원들이 환경정책과 관련된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당국의 정책 변화를 읽고 있단 얘기”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장 부원장은 “한국 기업들의 ESG 실천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중국에서도 삼성, SK 등이 수년 전부터 ESG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중국과 협력할 기회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ESG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는 중국 기업들도 한국 기업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중국 환경·외교 부문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장하이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경문제 해결 여부는 중국 공산당 정권 유지의 중대한 고비”라며 “중국에서 2060년까지 환경 분야에 100조위안(약 1경8500조원) 넘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 정부 자문기구인 국가기후변화전문가위원회 위원으로 유엔 환경 및 기후회의에 참여해왔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2030년 전 탄소정점, 2060년 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탄소중립을 약속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에선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중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선언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정점에서 중립까지 30년’이란 목표가 선진국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장 부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중국의 목표에 대해 ‘굉장히 어렵지만 꼭 가야 할 방향’이라고 했다. 그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주요 2개국(G2)이 될 정도로 강한 나라가 됐지만 환경 오염이라는 대가를 치렀다”며 “중산층이 늘면서 중국에서도 ‘삶의 질’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탄소중립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 바뀐 결과라는 것이다. 그만큼 공산당과 정부도 탄소중립 과제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2010년 전후 중국 대기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시민 불만이 고조됐다.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공산당이 마주한 새로운 도전 과제로 떠올랐다. 환경이 정치문제로 확대된 것이다. 장 부원장은 “시 주석도 기후변화 대응은 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며 “외교적으로도 중국이 책임감 있는 대국(大國)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경제 발전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중국의 고민도 녹아 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증가만 추구해선 오래갈 수 없다”며 “양적 확대에서 질적 성장으로 가려면 환경기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조하며 외교적 입지 강화에 나섰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하며 개도국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동남아시아 국가와의 교류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하고 있지만 환경부문 협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장 부원장은 내다봤다. 양국은 올해 두 차례 기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월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방중했을 때와 11월 영국에서 열린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다. 중국은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 믿음을 줬다. 그는 “탄소배출량이 가장 많은 양국이 협력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올 들어 중국에 닥친 전력난은 큰 교훈을 줬다. 중앙정부가 정한 목표에 따라 지방정부가 탄소 배출 저감 정책을 시행했지만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자원 공급과 에너지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급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탄소중립 움직임은 기업까지 번지고 있다. 석유화학·철강 국유기업뿐 아니라 화웨이 텐센트 등 민간 대기업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최근 기업 임직원들이 환경정책과 관련된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당국의 정책 변화를 읽고 있단 얘기”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장 부원장은 “한국 기업들의 ESG 실천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중국에서도 삼성, SK 등이 수년 전부터 ESG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기업이 중국과 협력할 기회가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ESG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는 중국 기업들도 한국 기업의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