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동산 공약 및 발언을 보면 부동산정책에 대한 본심을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이 후보는 한동안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된 부동산세 인하 공약들을 시리즈로 내놓는가 싶더니, 어제 당 행사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혁파하겠다”고 종전 입장을 되풀이했다. 후보 스스로가 이처럼 상황에 따라 왔다갔다 하니 그의 진짜 공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이 후보는 후보 직속 부동산개혁위원회 출범식에서 조응천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혁파하기 위해 토지이익배당금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토지이익배당금제는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제시한 국토보유세를 세금 냄새가 덜 나게 이름만 바꾼 것이다. 국토보유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국민이 반대하면 실시하지 않겠다”고 후퇴하는 듯하더니, 최근 당 안팎에서 ‘우클릭’ 비판이 나오자 당원들 앞에선 다시금 꺼내든 것이다. 부동산 소득을 불로소득으로 죄악시하며 100%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저간에 깔려 있다.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후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공시지가 전면 재검토에 이어 그제는 일시적 2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까지 일련의 세금 깎아주는 공약을 쏟아냈다. 그러다가 하루 만에 다시 부동산 불로소득 혁파와 국토보유세를 주장하니 무엇이 진심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후보 직속의 부동산개혁위원회나 사회대전환위원회 등은 토지 사유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 시각을 가진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회 불평등은 부동산 불로소득에서 기인한 것으로 고강도 보유세에 의한 ‘지대개혁’만이 답이라는 주장을 편다.

부동산 불로소득 혁파는 ‘민주당스러운’ 이념이고, 문재인 정부 5년의 부동산정책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문 정부는 ‘부자증세’ ‘핀셋증세’를 내세워 5년 내내 부동산 세금을 올렸다. 주택 취득부터 보유, 처분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의 세금을 다락같이 인상해 누더기 세제를 만든 장본인이다. 오죽 세제가 복잡했으면 국세청의 부동산세금 해설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다. 전·월세 시장을 안정시킨다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해 놓고는 ‘집값 폭등 주범’으로 몰아 종부세 폭탄을 때리기도 했다. 이 후보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부동산 감세 공약은 선거용일 뿐, 근본 생각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