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부임' MZ세대 상사맨…해외법인을 스타트업으로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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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 정신' 무장한
현대코퍼레이션 30代 법인장
코로나 뚫고 성과 증명
"애들이 뭘 하나" 비아냥 극복
의류 포장재·농장 운영 등
신사업 개척해 매출 3배로
정몽혁의 파격 인사실험
"본사에서 일일이 지시 안해
창의적 아이디어 발휘하라"
현대코퍼레이션 30代 법인장
코로나 뚫고 성과 증명
"애들이 뭘 하나" 비아냥 극복
의류 포장재·농장 운영 등
신사업 개척해 매출 3배로
정몽혁의 파격 인사실험
"본사에서 일일이 지시 안해
창의적 아이디어 발휘하라"
2019년 10월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캄보디아 패키징 법인장으로 발령난 신동진 책임매니저(1985년생). 그는 단신 부임 직후 가방·의류 브랜드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를 직접 찾아갔다. 패키징 법인의 기존 타깃은 중소형 주류·음료 업체의 포장재였다. 그는 법인 규모를 키우려면 대형 고객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봤다.
그가 주목한 타깃은 가방·의류 업체였다. 고품질에 더해 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은 포장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 법인장은 “실패하더라도 무조건 부딪쳐보자는 패기로 고객사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글로벌 가방·의류 브랜드의 OEM 물량을 따내는 데 성공하자 대형 맥주·음료회사에서도 앞다퉈 계약을 맺자는 제안이 왔다. 그가 부임한 2019년 440만달러(약 47억원)였던 법인 매출은 올해 1500만달러(약 178억원)로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그룹을 이끄는 정몽혁 회장(사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주목했다. 그는 정주영 창업 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이다. 정 회장은 상사업체가 지닌 역량과 자원에 더해 비즈니스 트렌드에 민감한 30대 MZ세대 창의력이 더해지면 무한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법인장을 선임할 때도 나이와 상관없이 사업 이해도와 사업을 잘 키울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뒀다. 능숙한 외국어 능력과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친화력도 주요 평가 항목이었다. 이 결과 30대 직원들이 적임자로 선발됐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회사 내부에선 30대 직원을 법인장으로 보내는 결정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컸다. “어린 애들이 뭘 하겠느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입사 5년차 법인장들이 모두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엔 그룹의 최대 해외 거점인 캄보디아 현대아그로법인장으로 이명우 책임매니저를 발령냈다. 현대아그로는 열대과일인 망고를 재배해 한국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직책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반드시 잘할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로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엔 1990년생인 이종빈 매니저를 호주 유기농 버섯법인인 불라파크 법인장으로 발령냈다. 내년 초에 미국 버섯법인장으로 나가는 입사 4년차 허결 매니저는 선임 못지않은 업무 이해도와 특유의 친화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이 같은 인사실험을 다른 계열사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젊은 세대에게는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회사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빠르게 발굴해내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그가 주목한 타깃은 가방·의류 업체였다. 고품질에 더해 그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은 포장재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 법인장은 “실패하더라도 무조건 부딪쳐보자는 패기로 고객사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글로벌 가방·의류 브랜드의 OEM 물량을 따내는 데 성공하자 대형 맥주·음료회사에서도 앞다퉈 계약을 맺자는 제안이 왔다. 그가 부임한 2019년 440만달러(약 47억원)였던 법인 매출은 올해 1500만달러(약 178억원)로 세 배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입사 5년 만에 법인장 파격 발탁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해외법인 7곳 중 4곳의 법인장은 1980~1990년대 출생한 30대 직원이다. 신 법인장(1985년생)을 비롯해 김충기 영국 스미시머시룸 법인장(1984년생), 이명우 캄보디아 현대아그로법인장(1983년생), 이종빈 호주 불라파크 법인장(1990년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경력은 대부분 5년 미만. 상사 부문 해외법인장은 최소 15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은 40~50대 베테랑 간부를 발령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모태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 회장이 1976년 설립한 현대종합상사다.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의 주력은 해외 식량사업. 고객사와 제조사 간 중개를 통해 제품을 팔고 수수료를 받는 트레이딩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판단에서다. 식량사업은 트레이딩과 달리 처음부터 시장을 개척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확보해야 하는 신사업이다. 해외에 농산물유통센터도 짓고, 농장을 운영해 수익도 내야 한다. 기존 종합상사 업무와는 다른 방식의 혁신이 필요했다.그룹을 이끄는 정몽혁 회장(사진)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주목했다. 그는 정주영 창업 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 씨의 외아들이다. 정 회장은 상사업체가 지닌 역량과 자원에 더해 비즈니스 트렌드에 민감한 30대 MZ세대 창의력이 더해지면 무한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법인장을 선임할 때도 나이와 상관없이 사업 이해도와 사업을 잘 키울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뒀다. 능숙한 외국어 능력과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친화력도 주요 평가 항목이었다. 이 결과 30대 직원들이 적임자로 선발됐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스타트업 방식으로 운영
정 회장의 인사실험은 2019년 9월 김충기 매니저를 영국 법인장으로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 캄보디아에서 골판지와 필름을 만드는 패키징법인장으로 신동진 매니저를 발령냈다. 정 회장은 이들에게 “해외 법인을 전 세계에 거점을 둔 스타트업으로 운영해 달라”는 특명을 내렸다. 본사에서 일일이 지시를 내리지 않을 테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해 달라고 했다.회사 내부에선 30대 직원을 법인장으로 보내는 결정에 반신반의하는 목소리가 컸다. “어린 애들이 뭘 하겠느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입사 5년차 법인장들이 모두 단기간에 놀라운 성과를 내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엔 그룹의 최대 해외 거점인 캄보디아 현대아그로법인장으로 이명우 책임매니저를 발령냈다. 현대아그로는 열대과일인 망고를 재배해 한국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직책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도전이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며 “반드시 잘할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로 업무에 임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엔 1990년생인 이종빈 매니저를 호주 유기농 버섯법인인 불라파크 법인장으로 발령냈다. 내년 초에 미국 버섯법인장으로 나가는 입사 4년차 허결 매니저는 선임 못지않은 업무 이해도와 특유의 친화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은 이 같은 인사실험을 다른 계열사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젊은 세대에게는 열정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주고, 회사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빠르게 발굴해내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