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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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투자 격언 중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매도가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왜 이렇게 매도가 힘들까요? 물론 부동산 경기 상황과 매물의 경쟁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단적으로 이를 설명하면 매수는 1:다(多)인 상황인 반면 매도는 다(多):1의 대응이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즉 매수에 비해 매도는 시작부터 불리한 협상입니다.

매수자는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이 매물을 매입할 수도 있고 저 매물의 가격을 조정해서 계약을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매수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매도자는 매수자에 비해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매물의 경쟁력과 부동산경기 상황에 따라 좌우되지만. 지금 꼭 집을 사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집을 꼭 팔아야 하는 상황에 처한 매도자는 꽤 됩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최근과 같이 증세와 거래 제한 등이 예상되면 이런 심리적 압박은 더 커지게 됩니다. 특히나 같은 단지라고 하더라도 매물이 내 것만 있는 게 아니다보니, 경쟁 매물이 있는 경우가 더 흔합니다. 잠재적인 매수인을 두고 매도인들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말입니다.

매도자들, 심리적 압박을 느낍니다

보유한 아파트를 매도하기 위해 개업공인중개사에 매물을 접수한 이후 시간이 흐르면 매도자는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게 됩니다. ‘조금 더 매매가격을 조정할까?’ ‘여러 부동산에 내어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등등 계약이 성사될 때까지 끊임없이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힙니다.

특히나 몇 주, 한 달이 지나도록 집을 보러 오는 고객들이 거의 없으면 이런 생각들은 이제 강박(强迫)으로까지 작용합니다. 미국 행정부 수석 협상 보좌관을 지닌 로저 도슨(Roger Dawson)의 책 '협상의 비법(Secrets of Power Negotiating for Salespeople)'을 보면 협상시간이 촉박하거나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더라도 내키지 않는 척해야 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조급한 내색을 보이면 분위기가 상대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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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협상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가두리 영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인중개업소들이 특정 가격으로 매매를 유도하는 건데, 유주택자 특히 매도자들은 가두리 영업으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고 호소합니다. 이렇게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면 스스로 가격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개업공인중개사는 옆에서 거들뿐입니다. 언제나 명심해야 하는 격언 중 하나인 여유자금으로 좋은 상품을 장기로 투자하는 것이 정답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변에서 이런 투자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매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기입니다. 타이밍이 가장 좋은 때는 당연하지만 상승장일 때입니다. 상승장에서는 수요자들도 많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경쟁하는 매물도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물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립니다. 소위 부르는 게 값인 겁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2021년 현재(12월20일기준)까지 수도권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16.23% 올랐습니다. 반면 2020년에는 7.38% 수준에 그쳤습니다. 1년 사이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두 배가 넘었으니 시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체적인 부동산시장의 주기를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파트 매수는 기술, 매도는 예술"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상승기인 경우에도 정부의 규제로 인해 조정의 시기는 항상 있습니다. 규제의 강도에 따른 조정기의 지속 시간도 고려해야 합니다. 3개월의 조정 시기와 6개월의 조정 기간은 규제의 강도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절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학군 때문에 움직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여름 휴가철과 겨울에는 거래가 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수익형부동산의 경우에는 월세를 받는 상품이므로 월세 수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창업이 부진한 요즘은 딱히 좋은 시기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수익의 대부분을 시세차익에서 확보해야 하는 아파트의 경우에는 시기가 중요합니다. 적절한 시기를 고려하는 지혜로운 대처도 필요합니다.

매수가 예술이 될 때는 언제일까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매도자의 경우 세입자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입자가 원활하게 집을 잘 보여주고 방문한 매수자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경우는 당연히 매매가 쉽게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평소에 세입자와 좋은 관계를 맺어놓지 않은 경우는 내 집처럼 매수자를 대하는 경우를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내 집처럼 설명해도 팔릴까 말까 하는 경우가 많기에 세입자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매도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가 필요합니다만 결국 부동산은 정해진 임자가 있다는 것을 다수의 부동산 거래를 진행하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좋은 개업공인중개사를 만나 서로 믿고 협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정말 중요한 사실은 매수를 매도처럼 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서로의 입장만 달라졌다 뿐이지 매수는 매도와 동일합니다. 현재의 매수자는 다음의 매도자가 되고 지금의 매도자는 미래의 매수자가 됩니다. 따라서 매도할 때를 고려한 매수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익성, 안정성, 환금성은 투자의 3가지 고려사항입니다. 아파트의 안정성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책임지고 있으니 문제없습니다. 아파트를 짓다 시행사가 망하면 HUG에서 대신 지어주니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부분이 수익성을 중요하게 따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거래를 해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금성입니다.

환금성이란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빨리 현금화시킬 수 있는 능력입니다.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면 환금성은 높아지겠죠. 10억의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8억~9억 원에 매도하겠다면 금방이라도 팔리겠죠? 제 가격을 받으면서 빨리 팔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환금성입니다. 매수를 매도처럼 한다면(매수가 예술이 될 때) 환금성이 높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추후 매도 시 불안과 강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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