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팬데믹 위기, AI가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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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I자유카페<32>배현표 KT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코로나19가 처음 확인된 지 약 2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태의 종식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들려오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 소식은 인류를 다시금 큰 고민에 빠뜨리고 있다. 전 세계에 큰 사회경제적 충격을 입힌 코로나19의 출현은 사실 예상 밖의 일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이 이러한 사태의 발생을 예견해 왔다. 한 예로, 세계보건기구와 세계은행이 공동 설립한 글로벌 준비태세 감시 위원회(Global Preparedness Monitoring Board, GPMB)는 2019년 잠재적인 감염병 확산을 탐지하고, 통제하기 위한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도 2004년 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MERS라는 감염병 위기를 경험해 왔는데, 어쩌면 이들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전조증상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백신 접종 등의 영향으로 코로나19가 전세계에서 지역으로 유행의 범위가 좁아지는 엔데믹으로 전환되더라도, 코로나19와 유사한 팬데믹이 언제든지 다시금 우리 곁을 찾아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팬데믹을 무방비하게 맞이할 수 밖에 없는가? 다행스럽게도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이 인류가 전염병에 보다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 조치는 크게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감염자 파악 및 접촉자의 신속한 추적, 격리로 이어지는 비약제적 개입(NPI,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과 치료제, 백신 등의 약물을 활용하는 약제적 개입(PI, Pharmaceutical Intervention)으로 구분된다.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약물 개발 이전에는 비약제적 조치가 감염병 대응의 중심이 되고, 약물의 개발 이후에는 두 조치를 모두 활용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역시 이러한 방식을 따랐는데, 특히 코로나19는 AI가 이 두 방식의 대응 과정 모두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된 첫 팬데믹이 되었다.
대만은 코로나19의 확산 초기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게 국경 통제 등의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현재까지도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2021년 12월 초 현재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만6000여명, 누적 사망자 수는 800여명에 불과하다. 대만이 빠르게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캐나다의 스타트업인 블루닷(Bluedot)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도움이 있었다. 블루닷의 AI는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15분마다 인터넷에서 질병 관련 뉴스 기사와 정부 발표문, 항공 여정 데이터, 의료 전문 포럼 및 학회 홈페이지 게시물, 관련 기관의 보고서, 전문가의 블로그 포스트 등의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다. 이 결과를 블루닷 소속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필요 시 고객에게 경보를 보낸다. 블루닷 시스템은 코로나19의 확산 초기 중국 우한시에서 ‘특이한 폐렴(Unusual Pneumonia)’같은 단서들을 포착하여, 상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한시로부터 신종 감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도시의 리스트를 작성하였으며, 2019년 12월 30일에 이와 관련된 경보를 발신하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해당 질병을 발표하기보다 9일이나 앞선 날짜였다. 대만 질병관리센터는 1월 중순 블루닷으로부터 바이러스의 예상 확산경로에 대한 보고서를 전달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조기에 강화된 방역 조치를 취함으로써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였다.
웨어러블 장비 회사인 핏빗(Fitbit)은 자사 웨어러블 착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 연구를 개시했다. 연구 참여자는 핏빗 웨어러블을 통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제공하고 추가적인 질의응답을 수행하였다. 핏빗은 사용자가 관련 증상을 호소하기 하루 전 50%의 코로나 감염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증상 발현 후 둘째 날에 심박동 수치가 최고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핏빗은 2017년 네이처 혁신지수(Nature Innovation Index)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한 미국의 의료연구 기관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와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진은 증상을 보고한 사람들 중 웨어러블 등 디지털 장비로부터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80%의 정확도로 감염자를 판별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연구결과는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도 게재되었다.
미국의 제약사인 모더나(Moderna)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모더나는 지속적인 시험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알고리즘을 생성해냈다. 모더나는 이들 알고리즘을 통해 신약 개발 과정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였다. 한 예로, 모더나는 mRNA 염기서열 분석 과정에서, 특정 단백질의 조합을 위한 최적의 아미노산 배열을 찾아내고, mRNA 생산을 최적화하는데 AI 알고리즘을 활용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품이 들어가는 업무를 AI로 자동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은 다른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모더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가 되는 힘이 됐다.
코로나19 치료제를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전용할 필요가 있었다. AI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치료제 후보군 중 적합한 물질을 선별하는 작업에 기여할 수 있다. 영국의 제약사인 베네볼런트 AI(Benevolent AI)는 코로나19와 가장 가까운 분자 구조를 가진 약물을 찾는데 머신 러닝을 활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월에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Baricitinib)을 바이러스 억제를 위한 잠재적인 약물로 제시할 수 있었다. 바리티시닙은 이후 2020년 11월 FDA(美 식품의약국)로부터 코로나19 치료용으로 긴급사용 허가를 받았다.
우선,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디지털 기반으로 감염병 대응에 나섰으나, 개인정보 활용 과정에서의 보안성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실제 디지털 활용에는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 많았다. 이와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보호책 마련과 동시에 데이터 접근성을 향상하는 법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로, 국경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감염병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제프리 삭스 교수를 포함한 다수의 국제기구 관련 인사들이 참여한 란셋 코로나-19 위원회(Lancet COVID-19 Commission)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기 위한 글로벌 협력 증진(Enhancing Global Cooperation to End the COVID-19 Pandemic)’ 선언문에서 감염병 상황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관련된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셋째로, AI에 내재될 수 있는 편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감염병 감시 및 약품 개발 과정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관련하여 디지털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인구집단이 과대 대표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모든 계층과 성별, 연령의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포용적인 AI 기반의 감염병 대응 디지털 도구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로운 팬데믹을 무방비하게 맞이할 수 밖에 없는가? 다행스럽게도 최근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이 인류가 전염병에 보다 효과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감염병에 대한 대응 조치는 크게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감염자 파악 및 접촉자의 신속한 추적, 격리로 이어지는 비약제적 개입(NPI, Non-pharmaceutical intervention)과 치료제, 백신 등의 약물을 활용하는 약제적 개입(PI, Pharmaceutical Intervention)으로 구분된다. 개발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약물 개발 이전에는 비약제적 조치가 감염병 대응의 중심이 되고, 약물의 개발 이후에는 두 조치를 모두 활용한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역시 이러한 방식을 따랐는데, 특히 코로나19는 AI가 이 두 방식의 대응 과정 모두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된 첫 팬데믹이 되었다.
사람보다 빨리 코로나19를 감지하는 AI
AI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조기에 예측하여 일부 국가의 방역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코로나19의 증상 발현 전에도 개인의 건강 정보를 바탕으로 감염 여부를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게 하는 등 코로나19에 대한 비약제적 개입에 큰 도움을 주었다.대만은 코로나19의 확산 초기에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속하게 국경 통제 등의 엄격한 방역 정책을 시행하였고, 그 결과 현재까지도 코로나19의 확산을 통제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2021년 12월 초 현재 대만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만6000여명, 누적 사망자 수는 800여명에 불과하다. 대만이 빠르게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캐나다의 스타트업인 블루닷(Bluedot)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도움이 있었다. 블루닷의 AI는 머신러닝,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해 15분마다 인터넷에서 질병 관련 뉴스 기사와 정부 발표문, 항공 여정 데이터, 의료 전문 포럼 및 학회 홈페이지 게시물, 관련 기관의 보고서, 전문가의 블로그 포스트 등의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다. 이 결과를 블루닷 소속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필요 시 고객에게 경보를 보낸다. 블루닷 시스템은 코로나19의 확산 초기 중국 우한시에서 ‘특이한 폐렴(Unusual Pneumonia)’같은 단서들을 포착하여, 상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한시로부터 신종 감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도시의 리스트를 작성하였으며, 2019년 12월 30일에 이와 관련된 경보를 발신하였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공식적으로 해당 질병을 발표하기보다 9일이나 앞선 날짜였다. 대만 질병관리센터는 1월 중순 블루닷으로부터 바이러스의 예상 확산경로에 대한 보고서를 전달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조기에 강화된 방역 조치를 취함으로써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성공하였다.
웨어러블 장비 회사인 핏빗(Fitbit)은 자사 웨어러블 착용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낼 수 있는 알고리즘 연구를 개시했다. 연구 참여자는 핏빗 웨어러블을 통해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제공하고 추가적인 질의응답을 수행하였다. 핏빗은 사용자가 관련 증상을 호소하기 하루 전 50%의 코로나 감염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증상 발현 후 둘째 날에 심박동 수치가 최고점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였다. 핏빗은 2017년 네이처 혁신지수(Nature Innovation Index)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한 미국의 의료연구 기관 스크립스 연구소(Scripps Research Institute)와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진은 증상을 보고한 사람들 중 웨어러블 등 디지털 장비로부터 수집한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80%의 정확도로 감염자를 판별하는 데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 연구결과는 저명한 학술지인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도 게재되었다.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기간 단축에도 기여◈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제약사 및 연구기관은 많게는 십 수년의 기간이 소요되는 백신 및 치료제를 가능한 한 단기간에 개발해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AI 기술은 백신 및 치료제의 탐색 또는 개발 과정을 자동화, 효율화하여 이러한 난제를 뚫고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게 하는데 기여하였다.미국의 제약사인 모더나(Moderna)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과정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모더나는 지속적인 시험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에 학습시켜 알고리즘을 생성해냈다. 모더나는 이들 알고리즘을 통해 신약 개발 과정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을 극대화하였다. 한 예로, 모더나는 mRNA 염기서열 분석 과정에서, 특정 단백질의 조합을 위한 최적의 아미노산 배열을 찾아내고, mRNA 생산을 최적화하는데 AI 알고리즘을 활용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품이 들어가는 업무를 AI로 자동화함으로써 연구자들은 다른 본질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모더나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mRNA 기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가 되는 힘이 됐다.
코로나19 치료제를 신속하게 마련하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기 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개발된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전용할 필요가 있었다. AI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치료제 후보군 중 적합한 물질을 선별하는 작업에 기여할 수 있다. 영국의 제약사인 베네볼런트 AI(Benevolent AI)는 코로나19와 가장 가까운 분자 구조를 가진 약물을 찾는데 머신 러닝을 활용하였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월에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인 바리시티닙(Baricitinib)을 바이러스 억제를 위한 잠재적인 약물로 제시할 수 있었다. 바리티시닙은 이후 2020년 11월 FDA(美 식품의약국)로부터 코로나19 치료용으로 긴급사용 허가를 받았다.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AI 활용 활성화의 조건
이와 같이, AI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이미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다. 향후 관련 기술이 보다 발전하고 사전적으로 감염병 대응에 AI를 활용한다면, 다음에 찾아올 팬데믹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우선,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활용을 보다 용이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디지털 기반으로 감염병 대응에 나섰으나, 개인정보 활용 과정에서의 보안성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실제 디지털 활용에는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이 많았다. 이와 같은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보호책 마련과 동시에 데이터 접근성을 향상하는 법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로, 국경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감염병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와 관련된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제프리 삭스 교수를 포함한 다수의 국제기구 관련 인사들이 참여한 란셋 코로나-19 위원회(Lancet COVID-19 Commission)도 ‘코로나19 팬데믹을 끝내기 위한 글로벌 협력 증진(Enhancing Global Cooperation to End the COVID-19 Pandemic)’ 선언문에서 감염병 상황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와 관련된 지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셋째로, AI에 내재될 수 있는 편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감염병 감시 및 약품 개발 과정에서의 데이터 수집과 관련하여 디지털 도구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인구집단이 과대 대표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모든 계층과 성별, 연령의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포용적인 AI 기반의 감염병 대응 디지털 도구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