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가 붙은 버스가 운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9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가 붙은 버스가 운행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린 JTBC 드라마 '설강화'를 상대로 제기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9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수석부장판사 박병태)는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이 JTBC 측을 상대로 낸 설강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29일 기각했다.

세계시민선언은 지난 22일 설강화가 "민주화 인사를 이유 없이 고문하고 살해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직원을 우직한 열혈 공무원으로 묘사해 안기부를 미화하고, 역사적 경험을 겪지 못한 세대에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며 무작정 국가폭력 미화 행위까지 정당화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설령 설강화의 내용이 세계시민선언의 주장과 같이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접하는 국민들이 그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설강화 상영으로 신청인 측의 권리가 직접 침해되지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자가 주장하는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고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민중들과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자 하는 채권자의 이익'은 이를 인정할 명문의 법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를 헌법에서 유래한 인격권으로 보더라도 드라마 내용이 채권자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이상 채권자의 인격권이 침해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채권자가 임의로 일반 국민을 대신해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를 들어 상영 금지를 신청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대생 영로(지수)와 여대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수호(정해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이번달 1·2회가 방영되자 민주화 투쟁에 참여한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고문했던 당시 안기부의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방영을 중단시켜 달라며 지난 20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35만5000여명이 동의했다.

지난 21일에는 설강화 제작진과 JTBC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민원이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에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이 민원을 서울경찰청에 배당해 수사하도록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