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이 묵묵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진단키트, 바이오의약품 소재로 쓰이는 뉴클레오시드 제조 분야다. 국내 바이오 기업 파미셀이 세계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써모피셔의 진단제품에도, 스위스 노바티스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대형 제약사의 리보핵산(RNA) 치료제에도 이 회사의 원료가 쓰인다. 파미셀은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다.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는 데다 시장 지배력을 더욱 굳히기 위한 전략에서다.

“ 뉴클레오시드 수요 급증”

 김병언 기자
김병언 기자
파미셀은 뉴클레오시드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3공장 설립 준비에 들어갔다. 김현수 파미셀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3공장 건설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며 “내년 완공을 앞둔 2공장도 이미 내년 생산 물량이 모두 차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전자장비의 필수소재라는 점에서 ‘산업의 쌀’로 불린다.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로 주목받는 유전자치료제와 코로나19 확진에 쓰이는 분자진단시약에선 뉴클레오시드가 ‘쌀’ 역할을 한다. 유전자치료제와 진단시약의 핵심 부품인 셈이다.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파미셀은 지난 21일 써모피셔와 102억원 규모 뉴클레오시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1~9월 뉴클레오시드로 거둔 이 회사 매출(135억원)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파미셀은 2공장 건설이 한창이지만 벌써 3공장 부지를 찾고 있다. 125억원을 들여 짓고 있는 울산 원료의약품 2공장은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다. 2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500억원 규모였던 이 회사의 뉴클레오시드 생산 능력은 50%가량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시장상황이 급변할 것을 내다보고 추가 증설을 결정했다. 코로나19 유행이 길어지면서 분자진단시약 수요가 꾸준한 데다 mRNA 치료제 개발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뉴클레오시드 수요가 빠르게 늘 것이라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DNA와 RNA의 주요 성분인 뉴클레오시드는 연구실에서 소량은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일정한 품질로 대량생산을 하기는 까다로운 소재로 꼽힌다. 공정기술과 생산 인력의 숙련도가 모두 요구되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아직 수백억원 수준이어서 일본 스미토모화학 등 일부 기업만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지금까진 유전자치료제의 임상용 시료에 쓰는 용도여서 뉴클레오시드를 소규모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 후발주자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앞으로 유전자치료제가 속속 상용화되면 대량생산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생산 속도를 두 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미셀 "원료의약품 주문 급증, 3공장 짓겠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에도 원료 공급”

mRNA 백신의 필수 소재인 메톡시폴리에틸렌글리콜(mPEG) 생산시설도 2공장에 증설하고 있다. mPEG는 바이오의약품의 독성을 줄여주거나 체내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데 쓰이는 소재다. 파미셀은 올초부터 벨기에 UCB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심지아’에 들어가는 mPEG를 공급하고 있다. 심지아는 연간 2조원어치 이상 팔리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김 대표는 “내년 판매를 앞둔 일본 다케다의 혈우병 치료제 ‘아디노베이트’의 원료도 공급하고 있다”며 “이 치료제의 판매가 시작되면 mPEG 생산량이 급증할 수 있다”고 했다.

본업인 줄기세포치료제 개발도 순항하고 있다. 파미셀은 간경변을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치료제 ‘셀그램-LC’의 임상 3상 투약을 진행 중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셀그램-ED’는 임상 2상 환자 모집을 절반 이상 마쳤다. 김 대표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내놓은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투약환자 추적관찰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며 “이 데이터와 환자의 건강 정보에 관한 빅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신사업도 벌이겠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