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7개 대학 정원 줄인다…교육부, 1.2조 투입해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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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지원사업 기본안 발표
일반대 153곳·전문대104곳
재정 지원하며 정원감축 권고
정원감축 대학에 최대 60억
충원율 기준 못지키면 지원 중단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 우려
감축목표 없이 대학자율에 맡겨
"교육부, 다음 정부로 폭탄넘기기"
지원 탈락 대학에 추가 기회도
일반대 153곳·전문대104곳
재정 지원하며 정원감축 권고
정원감축 대학에 최대 60억
충원율 기준 못지키면 지원 중단
'언발에 오줌누기'식 대책 우려
감축목표 없이 대학자율에 맡겨
"교육부, 다음 정부로 폭탄넘기기"
지원 탈락 대학에 추가 기회도
정부가 자발적인 정원 감축 계획을 세운 대학에 최대 6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신 계획한 충원율을 채우지 못한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끊어 퇴출한다. 2021학년도 대학 미충원 인원이 4만 명에 이르는 등 대규모 미달 사태가 현실화되자 정부가 마련한 조치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에 그치고 말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내년 상반기에 권역별 유지충원율 점검 기준을 공개하고, 전국 5개 권역별로 대학들의 유지충원율 1차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유지충원율은 대학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의미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이 기준에 미달하는 권역 내 하위 30~50% 대학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감축 권고를 따르지 않은 대학에는 2024년 재정 지원을 끊는다.
정부는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적정규모화 지원금’ 1400억원을 따로 지원하기로 했다. 학과 통·폐합 등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내부 논의와 갈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주겠다는 것이다. 미충원 인원보다 많은 정원을 줄이는 대학은 최대 60억원을 받을 수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대학당 평균 4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은 1년에 최대 10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입시학원 대표는 “2023년 대부분의 지방대학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지기 싫어 다음 정부로 폭탄을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최종적인 정원 감축 규모도 내놓지 않았다. 대학들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에 나서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원을 감축하라는 건 서서히 말라죽으란 소리나 다름 없다”며 “대학을 살리려면 일회성 현금 살포보다 각종 규제부터 풀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학 정원 감축 실적이 박근혜 정부의 43%에 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초과 정원을 해결하기 위해 2023학년도까지 입학 정원을 약 9만 명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이행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하대 동문이자 지역구가 인천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국정감사를 추진하는 등 교육부를 압박해왔다. 박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들이 ‘정치권에 떼 쓰면 들어준다’는 선례를 목도한 만큼 교육부가 앞으로 구조조정 대상 대학을 선정하더라도 이의 제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말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대학 정원감축 채찍·당근 제시
교육부는 29일 ‘2022~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정부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대학을 내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지원하는 사업이다. 일반대학 153곳(7950억원), 전문대학 104곳(4020억원) 등 총 257개 대학·전문대학에 1조1970억원을 지원한다. 지난 9월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선정된 일반대학 136곳과 전문대학 97곳, 교원양성기관 11곳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내년 5월 추가로 일반대학 6곳, 전문대학 7곳을 선정한다. 재정 지원을 받는 대학들은 내년 5월까지 정원 감축 방안을 담은 ‘자율 혁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학부 정원을 대학원 정원으로 옮기거나, 평생교육전담학과를 만드는 식으로 정원내·외 규모를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교육부는 내년 상반기에 권역별 유지충원율 점검 기준을 공개하고, 전국 5개 권역별로 대학들의 유지충원율 1차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유지충원율은 대학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신입생·재학생 충원율을 의미한다. 내년 하반기부터 이 기준에 미달하는 권역 내 하위 30~50% 대학은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 감축 권고를 따르지 않은 대학에는 2024년 재정 지원을 끊는다.
정부는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 위해 ‘적정규모화 지원금’ 1400억원을 따로 지원하기로 했다. 학과 통·폐합 등 정원을 줄이는 과정에서 내부 논의와 갈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주겠다는 것이다. 미충원 인원보다 많은 정원을 줄이는 대학은 최대 60억원을 받을 수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가 대학당 평균 42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선제적으로 정원을 감축하는 대학은 1년에 최대 100억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원감축대책 실효성 논란
교육계에선 학령인구 감소 속도에 비해 교육부의 이번 정원감축 계획이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대로 가면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규모는 2024학년도 9만6000명, 2025학년도 12만3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계획에 따르면 대학의 실질적인 정원 감축은 2025학년도는 돼야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한 입시학원 대표는 “2023년 대부분의 지방대학에서 대규모 미달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지기 싫어 다음 정부로 폭탄을 떠넘긴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최종적인 정원 감축 규모도 내놓지 않았다. 대학들이 얼마나 자율적으로 정원 감축에 나서는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등록금 인상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원을 감축하라는 건 서서히 말라죽으란 소리나 다름 없다”며 “대학을 살리려면 일회성 현금 살포보다 각종 규제부터 풀어주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학 정원 감축 실적이 박근혜 정부의 43%에 그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초과 정원을 해결하기 위해 2023학년도까지 입학 정원을 약 9만 명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이행 실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인하대·성신여대 등 ‘패자부활전’
교육부는 이날 일반재정지원대학 추가 선정 계획도 발표했다. 인하대, 성신여대, 군산대 등 정부 재정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52개 대학의 ‘패자부활전’을 열겠다는 것이다. 최은옥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과 더불어 국회에서 추가 예산을 확보하게 돼 미선정 대학 중 일부를 추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이 같은 결정에 대해 교육부가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하대 동문이자 지역구가 인천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부의 대학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고 국정감사를 추진하는 등 교육부를 압박해왔다. 박 의원은 국회 교육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들이 ‘정치권에 떼 쓰면 들어준다’는 선례를 목도한 만큼 교육부가 앞으로 구조조정 대상 대학을 선정하더라도 이의 제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말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