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20~30대 MZ세대라면 ‘칼퇴근’ ‘워라밸’ 같은 말부터 떠올리는 상사들이 많다. 상명하복, 연공서열식 문화에 익숙한 상사들은 자기 개성 표현에 주저함이 없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돌직구를 던지는 신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 애를 먹는다. 이런 점에서 과거 같으면 40~50대 베테랑이 나갔을 종합상사 해외법인장 자리를 입사 5년차의 MZ세대에 맡겨 큰 성과를 보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옛 현대종합상사)의 파격 인사(한경 12월 29일자 A1, 5면)가 눈길을 끈다. 회사가 젊은 직원들의 역량을 믿고 사사건건 업무지시보다는 스타트업 같은 자율성을 보장하자, 정주영 회장의 ‘이봐, 해봤어?’식의 도전정신과 창의력이 발휘되더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신사업으로 해외 7곳에 식품 관련 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 중 5곳의 법인장이 30대다. 이들은 한국인으론 ‘나홀로 부임’해 현지인 5~6명을 이끌며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사내에선 ‘햇병아리들이 뭘 하겠어?’라며 비아냥도 많았지만, 2년 만에 그런 험담은 쏙 들어갔다. 입사 5년차 35세 직원이 법인장으로 간 영국에서는 500만파운드(약 79억원)이던 매출이 2년 만에 1000만파운드(약 159억원)로 뛰었다. 역시 30대 중반의 법인장이 활약하는 캄보디아법인 매출은 2년 새 세 배 불어났다. 젊은 직원들의 열정을 높이 사 이들에게 신사업을 맡긴 회사 측의 과감한 결정과 트렌드 감각이 뛰어난 이들의 창의력이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MZ세대 법인장들의 긍정 마인드와 패기로 뭉친 도전정신도 빼놓을 수 없다. 신동진 영국법인장은 “거래 요청이 번번이 거절될 때마다 ‘이봐,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말을 떠올렸다”고 토로한다.

이 회사에는 코로나라는 악조건을 감수하고 수출전선에서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지원자가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드넓은 세계시장에서 뛰겠다는 젊은이들이 이처럼 많다니 든든하고 반가운 얘기다. 우리 젊은이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역량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다만 그들이 능력을 펼칠 일자리가 부족할 뿐이다. 철밥통처럼 자리를 지키는 기득권 세력 탓이다. 대선 후보들은 MZ세대의 일자리를 가로막는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직시하고, 그 해법을 내놔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MZ세대 표심을 잡는 길은 퍼주기식 공약이 아니라 그들의 도전정신을 살려 줄 일자리 창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