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오미크론의 역설
‘오미크론-암울한 새해인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종식의 시작인가.’ 영국 일간 가디언의 코로나19 관련 최근 분석기사 제목이다. 가디언은 이 기사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전염성이 강한 것에 비해 중증도가 낮은데,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힘을 잃어가는 신호이며 독감이나 감기로 가는 첫 단계로 보인다”는 의학계의 진단을 소개했다.

오미크론 변이의 최초 발생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면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력까지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렉스 시걸 남아공 보건연구소장은 그제 “감염자들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2주 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력이 14배 강해졌고 델타 변이 중화력 또한 4배 이상 세졌다”고 발표했다.

남아공 연구진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의 델타 변이 중화력이 높아지면 결국 델타 변이 재감염률과 중증화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미크론 감염자의 병원 입원율 역시 델타 감염자보다 80% 정도 낮았다. 영국도 이와 비슷하다. 그만큼 오미크론의 중중 유발 위험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존의 획일적인 봉쇄 방역보다 의료체계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속도가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 없는 만큼 부스터샷(추가접종)과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는 장기 대응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미국도 무증상 확진자의 격리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단축하고, 백신 접종을 늘리면서 코로나와 함께 가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 레스터대 연구진은 “변이 바이러스가 약해지면서 인간에 적응하는 과정이므로 이제는 코로나가 엔데믹(풍토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라고 말했다.

최신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오미크론이라는 ‘작은 독(毒)’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큰 독’을 중화시키는 단계가 아닌가 싶다. 적은 양의 독성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호르메시스 효과’와도 비슷한 것 같다. 니체는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다만 연말 모임을 자제하고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노력은 필요하다. 국제보건기구의 권유대로 오늘 축제를 즐기고 내일 슬퍼하는 것보다 오늘 축제를 취소하고 내일 삶을 축하하는 게 낫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