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전체 진료비 중 65%를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된 지 4년 만에 건강보험 보장률이 65%를 넘어섰다.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70%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데다 같은 기간 국민의 보험료 부담액이 큰 폭으로 증가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9일 발표한 ‘2020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총 진료비 102조8000억원 중 건강보험 부담금은 67조1000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65.3%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성형·미용 목적의 보철비나 일반 의약품 등을 제외한 전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환자 본인이 부담한 법정 본인 부담금은 20조1000억원이었고, 비급여 진료비는 15조6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의료기관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은 70.0%를 기록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초음파 급여 확대 등 의료비 부담이 큰 중증 질환의 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주로 중증 질환자가 찾는 상급 병원의 보장률이 높아졌다. 반면 의원급 보장률은 59.6%, 병원급 보장률은 49.8%에 그쳤다. 재활 및 도수치료 등 물리치료료, 처치 및 수술료 등 비급여 비중이 늘어난 것이 검사료나 주사료 부문의 비급여 항목 감소 효과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 보장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65.3%)은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어났다. 2017년 62.7%와 비교하면 3년 만에 2.6%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보장률 70%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정부가 70% 달성 시점으로 제시한 2022년까지는 2년이 더 남아 있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보장률이 소폭 증가한 반면 국민의 보험료 부담은 크게 높아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보험료 수입은 2017년 49조5138억원에서 지난해 63조4901억원으로 28.2% 증가했다. 이 기간 건강보험료가 6.12%에서 6.67%로 오른 영향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높아진 것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시적 영향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비급여진료비는 2019년에 비해 6.2% 줄었다. 비급여 진료비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