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올해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을 조사·분석한 결과 80% 이상이 50인 미만 영세사업장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전체 사고의 60%가량이 건설업 분야에서 발생했다. 사업 특성상 사고 발생이 많은 건설업 최고경영자(CEO)와 중대재해 대비에 취약한 영세기업 사업주들이 내년 법 시행과 함께 무더기로 형사처벌 리스크에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한 1243개 사업장 명단을 공표했다. 중대재해 발생 등을 이유로 산업안전감독관이 수사·송치해 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사업장, 산재 은폐나 미보고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업장,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 등 항목별로 기업명이 공개됐다.

‘중대재해 발생’ 항목에선 건설업 기업이 상당수를 차지했고,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비중이 높았다. △1년 내에 사망자 1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중대재해 사업장은 총 576개였다. 이 중 58.9%인 339개가 건설업 분야로 나타났다. 제조업 사업장은 14.2%로 그 뒤를 이었다. 기업 규모로 따져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체의 84%인 484개를 차지했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중 ‘사망재해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사업장은 17개였다. 이 중 12개(70.6%)는 건설업체였고, 8개는 50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내년에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기업을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이번 발표로 건설업과 제조업 분야 기업 가운데 중대재해처벌 1호 기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 여건상 중대재해법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도 당장 대책 마련을 강구하지 않으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0인 미만 규모의 영세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적용이 2024년까지 유예돼 당장은 형사처벌 위험이 없더라도 2년 안에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