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쇳물 뽑아 韓 제조업 신화…'민족 고로'의 위대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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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1고로 '종풍식'
48년6개월 만에 생산 멈췄다
국가부흥 사명 완수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건설돼
박태준 회장 "실패땐 역사에 죄"
철 자력생산…산업 발전 이끌어
친환경 철강 시대 연다
2027년까지 '전기로' 도입 계획
'꿈의 무탄소 제철공법' 개발 나서
48년6개월 만에 생산 멈췄다
국가부흥 사명 완수
대일 청구권 자금으로 건설돼
박태준 회장 "실패땐 역사에 죄"
철 자력생산…산업 발전 이끌어
친환경 철강 시대 연다
2027년까지 '전기로' 도입 계획
'꿈의 무탄소 제철공법' 개발 나서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1고로(高爐·용광로)가 첫 쇳물을 쏟아내자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설립 주역들은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1고로는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자 젖줄 역할을 했다. 1고로가 ‘민족 고로’로 불리는 이유다.
국내 최장수 고로인 포항 1고로가 48년6개월 만에 멈춰섰다. 대한민국을 저개발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중공업 굴기’를 이끈 상징의 역사적인 은퇴다. 빈자리는 저탄소 전기로가 채운다. 50년 전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국가 부흥이란 사명을 완수하고 이제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사명을 받았다.
김 사장은 “포스코 역사를 상징하는 1고로가 종풍을 맞았다니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 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임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에는 한국 현대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포항제철소와 1고로 건설에는 대일(對日)청구권 자금 8000억원 중 1200억원이 투입됐다. 박 명예회장은 제철소 건설이 시작되자 “선조들의 핏값으로 짓는 만큼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착공 이후 3년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는 첫 쇳물을 쏟아냈다.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들이 남기고 간 고로에 의존했던 한국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해낸 순간이었다. 1고로가 만들어낸 철강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끈 주력 산업의 토대가 됐다.
1개의 고로로 시작한 포스코는 이젠 연간 38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세계 6위 철강사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1조5868억달러(2020년 기준)에 달하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철강협회는 1고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6월 9일을 ‘철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기리기 위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바꿔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1고로 퇴역에 앞서 지난해 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포스코는 최근 2027년까지 연간 200만t 이상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1고로 은퇴로 생산이 줄어드는 연간 100만t가량의 쇳물을 단기적으로는 다른 고로의 생산량 확대로 충당하고, 중장기적으론 전기로 도입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기를 이용해 철광석을 가공, 순수 철성분만 남긴 직접환원철이나 고철을 녹여 철강 제품을 만드는 전기로는 원가 경쟁력은 고로보다 떨어지지만 탄소 배출량은 고로 공법의 20~25%에 불과하다. 궁극의 무탄소 제철 공법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철강업계가 개발에 나선 수소환원제철 역시 전기로를 기반으로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고로는 마지막 개수 후 약 30년간 가동해온 설비로 한계수명을 다했다”며 “1고로의 퇴장은 산업화 이후 이어져온 석탄 기반 철강 패러다임이 끝남과 동시에 친환경 철강 시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국내 최장수 고로인 포항 1고로가 48년6개월 만에 멈춰섰다. 대한민국을 저개발국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한 ‘중공업 굴기’를 이끈 상징의 역사적인 은퇴다. 빈자리는 저탄소 전기로가 채운다. 50년 전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국가 부흥이란 사명을 완수하고 이제는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사명을 받았다.
한국 ‘중공업 굴기’ 이끈 주역
포스코는 29일 포항제철소에서 1고로 종풍(終風)식을 열었다. 종풍이란 수명이 다한 고로의 불을 끄고 쇳물 생산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이날 행사는 김학동 포스코 사장 등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사내 행사로 열렸다.김 사장은 “포스코 역사를 상징하는 1고로가 종풍을 맞았다니 실로 만감이 교차한다”며 “변변한 공장 하나 없었던 변방의 작은 국가가 짧은 기간 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포항 1고로와 임직원들의 노고가 있었다”고 말했다.
1970년 4월 1일 착공한 포항제철소에는 한국 현대사가 그대로 녹아 있다. 포항제철소와 1고로 건설에는 대일(對日)청구권 자금 8000억원 중 1200억원이 투입됐다. 박 명예회장은 제철소 건설이 시작되자 “선조들의 핏값으로 짓는 만큼 실패하면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이니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 속죄해야 한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착공 이후 3년2개월이 지난 1973년 6월 9일 1고로는 첫 쇳물을 쏟아냈다. 일제강점기 일본 기업들이 남기고 간 고로에 의존했던 한국이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을 자력으로 생산해낸 순간이었다. 1고로가 만들어낸 철강은 자동차, 조선, 기계 등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끈 주력 산업의 토대가 됐다.
1개의 고로로 시작한 포스코는 이젠 연간 38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세계 6위 철강사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이 1조5868억달러(2020년 기준)에 달하는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철강협회는 1고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6월 9일을 ‘철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다. 포스코는 1고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기리기 위해 고로 내부를 완전히 냉각하고 철거 작업을 거쳐 ‘포항1고로 뮤지엄’으로 바꿔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전기로로 대체…“친환경 철강 시대 시작”
포항 1고로가 그간 생산한 쇳물의 양은 총 5520만t에 이른다. 이는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380척을 건조하거나 중형 자동차 552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인천대교 1623개도 건설할 수 있다. 1660㎥의 소형 고로인 1고로는 최근 준공되는 5500㎥ 이상의 초대형 고로와 비교해 생산성과 조업 안정성에서 불리하지만 포스코는 역사적 상징성이 깊은 1고로의 생명을 계속 연장해왔다.포스코는 1고로 퇴역에 앞서 지난해 말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포스코는 최근 2027년까지 연간 200만t 이상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1고로 은퇴로 생산이 줄어드는 연간 100만t가량의 쇳물을 단기적으로는 다른 고로의 생산량 확대로 충당하고, 중장기적으론 전기로 도입으로 보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전기를 이용해 철광석을 가공, 순수 철성분만 남긴 직접환원철이나 고철을 녹여 철강 제품을 만드는 전기로는 원가 경쟁력은 고로보다 떨어지지만 탄소 배출량은 고로 공법의 20~25%에 불과하다. 궁극의 무탄소 제철 공법으로, 포스코를 비롯한 글로벌 철강업계가 개발에 나선 수소환원제철 역시 전기로를 기반으로 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고로는 마지막 개수 후 약 30년간 가동해온 설비로 한계수명을 다했다”며 “1고로의 퇴장은 산업화 이후 이어져온 석탄 기반 철강 패러다임이 끝남과 동시에 친환경 철강 시대가 시작됨을 알리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