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거면 항공빅딜 왜 했나"…채권단은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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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0위권 항공사 물 건너가
항공산업 경쟁력 되레 약화될 것"
항공산업 경쟁력 되레 약화될 것"
“국가기간산업인 항공업의 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될 위기에 몰렸습니다.”(채권단 관계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대한항공과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항공 빅딜’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산은은 작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뉴머니’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빅딜을 주도했다.
그동안 산은에선 공정위가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왔다. 다만 운수권·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회수를 핵심 전제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작년 11월 두 항공사 통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천공항의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국가 대부분이 코로나19 위기로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항공업 구조재편을 통한 통합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 국제선 여객수송 기준으로 각각 18위(대한항공), 32위(아시아나항공)인 두 항공사 통합을 통해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공정위가 슬롯 반납과 운수권 회수라는 전제조건을 내놓으면서 이런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운수권과 슬롯 축소는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통합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슬롯 축소로 몸집도 줄어들면서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라는 당초 목표도 무산될 전망이다. 두 회사를 더해도 세계 항공업계 순위는 28위에 그친다.
오히려 운수권·슬롯 유지를 전제로 한 통합에 차질을 빚으면서 항공업 고용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달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로 운수권을 축소하거나 슬롯을 줄인다면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고용 유지, 경쟁력 제고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국적항공사의 몸집을 키워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항공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2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대한항공과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에선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항공 빅딜’의 취지가 훼손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산은은 작년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뉴머니’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빅딜을 주도했다.
그동안 산은에선 공정위가 두 회사의 인수합병(M&A)을 조건부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해왔다. 다만 운수권·슬롯(비행기 이착륙 횟수) 회수를 핵심 전제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작년 11월 두 항공사 통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인천공항의 슬롯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국가 대부분이 코로나19 위기로 ‘1국가 1국적항공사’ 체제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항공업 구조재편을 통한 통합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었다. 국제선 여객수송 기준으로 각각 18위(대한항공), 32위(아시아나항공)인 두 항공사 통합을 통해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웠다.
하지만 공정위가 슬롯 반납과 운수권 회수라는 전제조건을 내놓으면서 이런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운수권 배분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운수권과 슬롯 축소는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라는 통합 취지에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슬롯 축소로 몸집도 줄어들면서 글로벌 10위권 항공사라는 당초 목표도 무산될 전망이다. 두 회사를 더해도 세계 항공업계 순위는 28위에 그친다.
오히려 운수권·슬롯 유지를 전제로 한 통합에 차질을 빚으면서 항공업 고용 유지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달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로 운수권을 축소하거나 슬롯을 줄인다면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고용 유지, 경쟁력 제고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국적항공사의 몸집을 키워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항공산업의 특성을 제대로 모르고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