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통합을 성사시키려면 7개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쟁당국은 한국 공정위보다 더 엄격한 조건을 내걸 수 있어 험로가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29일 발송한 심사보고서에 대한 대한항공 등의 의견서를 받은 뒤 내년 1월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외국에선 미국, EU, 중국, 일본, 영국, 싱가포르, 호주 등 7개국이 심사를 하고 있다. 미국과 EU 등에서 한국 공정위보다 더 강한 조치를 취할 경우 대한항공은 이를 받아들일지, 합병을 포기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최근 까다로워지고 있는 글로벌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추세를 고려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 여부는 ‘안갯속’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U 경쟁당국은 올해 캐나다 1, 3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의 합병을 불허했다. 캐나다 항공사 간 합병이 유럽~캐나다 간 항공편의 경쟁을 감소시킨다는 이유에서다. EU는 에어캐나다에 중복 운수권을 인수할 회사를 직접 찾아올 것을 요구했지만, 에어캐나다가 신규 진입 항공사 확보에 실패하면서 결국 합병이 불발됐다.

최근에는 스페인 1, 3위 항공사인 IAG와 에어유로파가 합병을 포기했다. 이 회사들은 신규 항공사를 직접 찾아 경쟁제한성 완화 시정조치 방안을 제시했지만 EU 경쟁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병희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글로벌 M&A에 대해 외국 경쟁당국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며 “전원회의에서 심의하는 과정에서 외국 경쟁당국과 조치가 상충하는 문제도 해소할 필요가 있으므로 외국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이 ‘회생불가’ 상태라는 점을 들어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 공정위조차 독점 우려에도 합병을 승인할 수 있는 ‘회생불가 예외 인정 사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이 제2 민항사 도입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에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슬롯 반납 등 구조적 시행 조치는 이행 기간을 길게 둘 것”이라며 “당장 LCC에 운수권이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지훈/하헌형 기자 lizi@hankyung.com